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시간제 일자리 질적 도약 필요하다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 수단인 시간선택제 이슈가 큰 난관에 봉착했다. 비록 정부의 지원 정책과 기업 호응에 힘입어 시간제 일자리 수가 짧은 기간 동안 크게 증가했지만 좋지 않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시간제 일자리를 지나치게 저평가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서 근로시간에 비례한 임금 지급을 원칙으로 삼는 시간제 근로의 기본 취지로 볼 때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평균 임금 수준이 전일제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낮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기 급증에도 '나쁜 일자리' 인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창출된 시간제 일자리의 질적 취약성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지적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이 애초 일자리 수 늘리기에 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제 근로자의 차별 해소, 근로시간선택권 확대, 승진 가능성 등 고용의 질 이슈는 상대적으로 간과됐다. 일자리 수를 늘리고자 하는 양적 목표와 양성평등, 고용의 질 개선 등 질적 목표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고용의 질이 좋지 않은 시간제 일자리의 대량 창출 문제는 애초에 예견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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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면서 동시에 지속적으로 일자리 수를 늘리려면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와 관련된 질적 측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강력한 근로감독과 정책 집행을 통해 전일제 근로자와의 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특히 상여금·퇴직금·4대보험료 등과 같이 분할이 가능한 금전적 보상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시간제 근로자에게 지급돼야 한다. 이와 함께 공공 부문에서 고위관리직이나 전문직과 같이 직무의 가치가 높은 일자리도 시간제 근로가 가능하도록 각종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시간제 일자리는 직무가치가 낮고 단순반복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특정 직무에만 적용될 수 있다는 선입견을 해소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직무는 시간제 근로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근무시간이 명확하게 측정될 수 있어야만 시간제 근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오해에 불과하다. 전문직과 같이 근무시간이 불명확한 경우는 업무량이나 관리책임을 분할함으로써 시간제 근로를 적용할 수 있다. 비록 명칭이 시간제 근로이기는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 외에 업무량이나 관리책임 감축도 시간제 일자리 창출의 주요 방식이 될 수 있다.

시간제 일자리가 질적으로 도약하려면 기업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선택권을 행사하면서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고 조직의 핵심인재로 세워져야 한다. 그러나 장시간 근로 관행이 지배하는 현재 상황에서 시간제 근로자들은 대체로 근로시간을 선택하지 못하고 조직의 주류문화에 끼지 못한 채 주변 인력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기업 경영자들과 고위관리자들이 시간제 근로를 직접 체험하면서 근로시간 단축과 선호하는 근로시간대 선택을 통한 생산성 향상 효과를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차별해소 등 기업·정부가 개선 앞장을

이를 통해 시간제 경영자 혹은 시간제 관리자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시간제 근로자가 핵심인력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경영층에서부터 확산돼야 한다. 그리고 관리자들은 기존 전일제 근로자가 생애 단계에 따라 시간제 근로자로 광범위하게 전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시간제 근로를 통해 인건비만 절감하려 한다면 그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며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제 근로는 근로자의 업무 스트레스 감소와 작업의욕 고취로 기업에 생산성 향상과 창의성 개선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가져다줄 수 있다. 설사 지금까지 시간제 일자리 수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제기된 질적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시간제 일자리는 향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어려우며 오히려 이미 창출된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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