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국민'이라는 또 하나의 에너지

에너지 96% 해외수입에 의존 <br>나부터 절약하는 습관 길러야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하나의 큰 법칙이 있다. 바로 '질량불변의 법칙'이다. 물질의 상태가 변해도 질량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과학시간에 배웠던 이 법칙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달리 생각하면 '모든 일에는 다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다. 질 좋은 물건을 얻으려면 그만한 돈을 내고 모임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얻어먹었다면 다음 번 저녁 식사 대접은 내 몫이 된다. 직장에서 남들보다 성공하려면 남모르는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자해야 하는 것처럼 대부분 삶에서 우리는 동일한 '질량'만큼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에너지절약'이다. 에너지절약은 실천하면 할수록 대가를 지불하기보다는 오히려 이익이 점점 더 불어난다. 지난해 발표한 맥킨지의 온실가스 감축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여타 감축 수단들과는 달리 에너지절약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마이너스의 감축비용이 든다고 한다. 즉 돈도 벌면서 기후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오는 2030년까지 감축 가능한 380억톤의 CO2 3분의1 이상을 순수 에너지절약과 효율 향상만으로 달성 가능한 만큼 감축 역량도 막대하다. 특히 에너지의 96.4%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절약은 그 자체가 신재생에너지나 해외자원개발 등에 못지않게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동 정세의 불안과 일본의 원전 사태 등 오늘날 위기 상황 또한 에너지절약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고유가 상황의 지속은 일반 가계 살림살이에 부담이 됨은 물론 우리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과거 일시적인 유가 등락과는 달리 이번 고유가 위기는 급증하는 신흥국들의 석유 수요와 그에 반해 한계에 이른 공급 능력을 반영하고 있어 앞으로도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고도 지금 바로 시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바로 에너지절약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에너지절약은 정부의 구호나 일부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 바로 절약의 주체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적극적 관심과 노력이 모여야만 가능하다. 지난 3월31일 에너지절약 실천대회에서 수많은 소비자와 시민단체 회원들 앞에서 발표한 국민 참여 프로그램도 바로 이런 취지에서 마련됐다. 지난해 전국민의 큰 인기를 얻은 슈퍼스타K의 전국민 오디션 개념을 도입한 '1만 에너지절약 우수가구 선발대회'는 한 해 동안 열심히 에너지절약을 실천한 가정에게 최대 500만원, 그리고 아파트 단지에는 최대 1억원의 혜택을 돌려주게 된다. 에너지를 아끼면 아낄수록 수익률이 올라가는 '에너지절약 펀드'도 조성 중이다. '절약'과 '투자'의 기분 좋은 만남인 셈이다. '행동하는 소비자'의 정신이 깃든 '에너지절약 지킴이' 제도는 국민들이 정부의 주요 정책 동반자이자 스스로 절약실천을 점검하고 지원하는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든다. 결국 이런 프로그램들은 기존의 대국민 에너지절약 캠페인이 일방적 '계도와 홍보'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제는 국민들이 즐겁게 에너지 절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비록 이와 같은 정책들이 올해 처음 실시되는 만큼 아직은 국민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앞으로 매년 지속적인 시행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절약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는 지난해 선진국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만큼 성장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이러한 역사의 뿌리에는 우리나라가 전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넘쳐나는 에너지가 있다. 바로 '국민'이라는 에너지가 그것이다. 우리는 이미 IMF 외환위기 시절 금모으기 운동,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 시 자원봉사자들의 물결 등에서 이를 경험한 바 있다. '나 하나부터'라는 마음가짐으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에너지를 모은다면 지금의 고유가 위기를 넘어 에너지강국이라는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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