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투자은행인 미국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짐 오닐 부회장의 '한국을 배워라'라는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짐 오닐 부회장은 한국 경제의 거시경제 운용 성과와 인적자원, 정치적 안정성, 기술수준 등 성장 인프라를 높게 평가하고 브릭스(BRICs)와 신흥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을 롤모델이자 목표로 삼아 관련 정책을 배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의 발언은 세계 최빈국에서 글로벌 리더로 부상한 우리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한때는 필리핀이 우리의 롤모델이었다. 필리핀은 6ㆍ25 전쟁에 7,500명을 파병해 아시아의 강자임을 과시했다. 지난 1963년 한국 최초 실내체육관인 장충체육관을 지을 때 국내 기술로는 감당하기 힘들어 필리핀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30여년 전만해도 한국 관세청 직원들은 각국을 돌아다니며 그들이 갖고 있는 관세행정의 경험을 배우기에 급급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밀려드는 외국인의 통관을 위해 세관원 400여명을 급히 일본에 보내 그들의 노하우를 배워와야 했다.
이제는 반대로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이 한국의 관세행정 경험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지난해 46개국의 관세청 직원 340여명이 통관관리 기법을 비롯해 원산지 관리, 밀수단속 등 관세행정의 각 분야에 대한 폭넓은 교육을 받았다. 올해에도 30여개국 70여명이 관세행정 경험을 배워갔다. 충남 천안에 있는 세계관세기구 지역훈련센터(WCO RTC)에서는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아ㆍ태 지역 세관직원을 대상으로 한국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정보기술(IT)기술을 활용한 관세행정 정보화 전문교육이 진행된다.
교육여건도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자금 등으로 한국이 초청해 외국 세관직원들을 교육시켰지만 이제는 자국에서 모든 교육비용을 대거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처럼 회원국이 출연한 기금을 들여 교육을 요청해오고 있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개도국 세관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지한파(知韓派)가 되면서 협력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한국과의 인연을 통해 현지에 진출한 우리기업에 우호적인 통관환경을 만든다. 대개의 개도국 세관의 통관행정은 불투명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협력파트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개도국 세관직원에 대한 교육을 보다 다양화하고 전문화시켜 나가면 관세청의 교육사례가 우리나라 국제협력에 있어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우리가 외국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 외국에 나갈 때면 관련 공무원이 만나주지 않아 눈칫밥도 먹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