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무자비한 게임

제7보(73~88)


과연 박문요는 흑75로 집어넣는 패를 결행했다. 검토진이 예측했던 수순들이 정확하게 그대로 전개되었다. 백은 78로 한번은 받아주는 것이 당연하다. 바로 이 자리를 흑에게 역으로 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백80 역시 검토진이 예측했던 팻감. 흑81은 이렇게 따내는 것이 상대의 팻감 한 개를 줄이는 길이다. 백84는 용의주도한 수순. 만약 흑이 참고도1의 흑1로 나가면 백2, 4로 단수치는 것이 득의의 수순이 된다. 이렇게 되면 백이 문제의 패를 지더라도 상변의 백대마는 거의 살아있는 모습이다. 흑이 A로 끊는 것은 백B로 축이다. 백이 86으로 단수쳤을 때 박문요는 흑87로 따내고 말았다. 만약 흑이 참고도2의 흑1로 받으면 백은 우변쪽을 2로 따내고 팻감으로 좌하귀의 4와 6을 연타하게 된다. 상변쪽은 백이 A로 두면 거의 사는 형태이므로 어차피 백이 많이 이기는 바둑이다. 백이 88로 흑 4점을 따냈을 때 최명훈9단과 송태곤8단이 검토실에 들어왔다. 진행을 잠깐 훑어보다가 송태곤이 말했다. “백의 집이 왜 이렇게 많지?”(송태곤) “백이 덤을 내도 이기겠구먼.”(최명훈) “자라나는 새싹을 너무 무자비하게 짓밟은 거 아니야?”(송태곤) 옆에 앉아있던 서봉수가 낮은 목소리로 끼여들었다. “바둑이 원래 무자비한 게임이야.”(88은 87의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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