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이문열 작가 국적이 '대한제국'이라고?

문학번역원서 해외 위키피디아에 올린 한국작가 정보 오류 투성이

번역원이 영어판 위키피디아에 올린 조정래 작가의 약력. 출신학교가 동국대가 아니라 서울대로 돼 있다.

번역원이 영어판 위키피디아에 올린 고 이청준 작가의 수상경력. 이상문학상이 1978년이 아닌 1986년으로 잘못 기재돼 있다.

번역원이 영어판 위키피디아에 올린 이문열 작가의 프로필. 국적이 대한민국(South Korea)이 아닌 대한제국(Korean Empire)이다.

번역원이 영어판 위키피디아에 올린 이문열 작가의 프로필. 국적이 대한민국(South Korea)이 아닌 대한제국(Korean Empire)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이 해외 위키피디아에 올린 한국작가 정보가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해당 작가나 출판사에 관련 내용을 문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취지는 국내 대표작가들에 대한 자료를 해외에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지만, 이름 표기는 물론 약력·작품목록까지 잘못된 내용이 많아 빛이 바랬다.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84%가 정보 검색 시 구글을 활용하고, 여기서 위키피디아의 자료가 상위 세 번째 이내로 노출되는 비율이 89%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소홀히 할 부분이 아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주요작가 242명의 영문 소개와 함께, 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된 작가자료 108건을 포함한 총 350건의 자료를 위키피디아에 등재했다고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가장 분량이 많은 영어 자료에도 이름 표기는 물론 주요 작품 제목 및 소개, 약력 등에 엉뚱한 내용이 들어있다. 본지의 취재에 번역원은 부랴부랴 지적한 내용을 수정했지만, 아직도 많은 내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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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들어 국내 대표적인 작가 중 하나인 조정래 씨는 출신학교(동국대)가 서울대로 되어 있고, 대표작인 태백산맥의 영어 표기는 'The Taeback Mountains'와 'Taebaek Mountain Range'로 같은 글 안에서도 다르게 표기돼 있다. 고은 시인의 고향인 전라북도 군산은 'north Jeolla province'라고 돼 있다.

고 이청준 작가는 1978년 제2회 이상문학상 수상자이지만 1986년 수상한 것으로 돼있다. 생전에 동인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한민국문학상·한국일보창작문학상·이상문학상·이산문학상·21세기문학상·대산문학상·인촌상·호암상을 받고, 사후에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지만 고작 4건의 수상경력만 표기돼 있다. 심지어 이문열 작가의 국적은 대한제국(Korean Empire)이라고 돼 있다.

프랑스어 자료에는 아예 '소설'에 가까운 설명도 포함됐다. 이문열 작가의 경우, 프랑스어 위키피디아에 "1970년 국어 교사가 되기 위해 서울대에 들어갔지만 졸업하지는 않았다"를 시작으로 간략하게 4줄로 정리돼 있다. 문의한 결과, 작가조차도 모르는 내용이다. 게다가 정치적인 칼럼을 신문에 실었다는 내용 외에 집필활동에 대한 내용은 아예 없다.

이에 대해 번역원 측은 내용상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이름이나 지명 표기는 우리가 제대로 올려도 위키피디아가 멋대로 바꾸고, 수정을 요청해도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작가나 출판사 등에서 직접 자료를 받아 작성했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지난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참여 때의 자료 대부분이 그대로 쓰였다"며 "일단 자료를 위키피디아에 올린다는 취지로 7개 언어로 된 자료를 올렸지만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번역원은 지난 6월부터 동국대 찰스 몽고메리 교수를 포함한 1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이 일을 진행해왔다. 그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한국 작가에 대한 외국어 자료가 아예 없거나, 이름 철자나 책 제목, 약력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는 엉터리 소개자료가 문제점으로 지적됐었다.이 때문에 보도자료에서 번역원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백과사전 사이트인 위키피디아를 통해 한국문학 및 작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한국문학을 연구하는 학자, 한국문학 전문번역가, 그리고 한국문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일반인이 더 쉽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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