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단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한일 재무구조 취약” 인수능력에 회의론/부채·금융조건 등 무리한 요구에 손들어1년 2개월여동안 난항을 거듭하며 해결점을 모색해온 57개 채권금융단과 한일그룹의 협상이 아무런 결실없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우성건설 인수문제가 원점으로 돌아오자 금융계에서는 「선인수 후정산」이라는 기업인수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우성건설 인수자로 한일그룹을 선정할 당시 한일측은 인수희망업체 중 가장 좋은 인수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행태를 보면 인수자로서의 유리한 위치를 악용해 새로운 부채규모, 금융조건 등을 제시하면서 협상을 지연시켜왔다. 채권금융단은 선정당시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차등금리 적용, 조속한 법정관리 해제, 유상증자 등 한일측이 제시한 조건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협상과정에서 번번이 한일측의 억지에 끌려다닌 셈이다.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은 그동안 『첫단추가 잘못끼워졌다』며 한일의 우성건설 인수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서기도 했다. 한일그룹이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때문이었다. 한일그룹은 지난해 1천2백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자기자본비율은 14.8%, 금융비용부담률도 13.8%를 나타내고 있다. 한일그룹의 우성건설 인수과정을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석연치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5월13일 채권금융단이 한일그룹을 우성건설의 인수자로 선정하자 금융계와 재계에서는 한일그룹의 인수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 우성건설 인수의사를 강력하게 밝혀왔던 미원그룹이 마지막 의사절충과정에서 갑자기 물러선 것도 배경이 아리송하다. 채권금융단과 한일그룹은 지난해 5월 인수가계약을 체결한 후 1년2개월여동안 부채규모, 금융조건, 법정관리해제 등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한일그룹과 채권단은 지난해말 부족자산 7천1백88억원, 금융조건 처음 6년간 3.5%, 다음 6년간 8.5%, 마지막 6년간은 13.5%로 의견접근을 보았다. 하지만 삼삼종합금융을 비롯한 20여개 채권금융기관의 반대로 무산위기에 처했다. 파국으로 치닫던 인수협상은 삼삼종금과 한일그룹이 지난 3월 금융조건을 18년간 6.815%로 합의함에 따라 급격한 진전을 보았다. 이에 따라 채권금융단은 지난 4월 대표자회의를 열고 1·2금융권간 금융조건 차등적용 등 인수조건에 합의하고 한일그룹에 계약체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일측은 또다시 법정관리지속과 금융조건의 추가완화 등을 새로운 인수조건으로 내세웠다. 지난 6월에는 채권단측이 최후통첩이라고 강조했는데도 아랑곳하지않고 한일은 『우성건설이 갱생하기 위해서는 법정관리의 지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동안 난항을 거듭해온 한일그룹의 우성건설 인수는 이제 전적으로 채권단의 의사에 달려있다』고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일그룹이 법정관리의 지속과 완화된 금융조건을 내세워 인수계약 자체를 무산시킬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며 『채권단이 선인수 후정산이라는 조건으로 한일그룹을 우성건설 인수업체로 선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토로했다. 「선인수 후정산」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부실기업 정리방안이 인수희망자의 무리한 요구로 허사로 돌아가버린 상황에서 우성호의 새 선장 찾아주기 작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이기형 기자> ◎우성그룹 어떻게 되나/금융단 채권조기회수 차원서/3자 인수자로 한화·미원거론 한일그룹의 우성그룹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우성은 다시 새 주인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채권 조기 회수를 원하는 제일은행 등 57개 채권금융기관이 우성그룹의 조속한 정상화에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어 한일그룹을 대신할 수 있는 제3자를 적극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그룹은 지난해 5월 우성 인수사로 확정된 후 인수 추진 과정에서 우성건설 부채에 대한 정산조건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갈등을 빚어 재인수사로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1차적인 우성그룹 인수자로는 지난해 한일그룹과 함께 우성 인수를 추진했던 한화그룹과 미원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한일그룹이 인수사로 선정된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실정이다. 우성그룹이 새주인을 찾는 동안 우성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아파트등 각종 공사는 채권금융기관이 지원 또는 보증을 서주기로 해 차질없이 수행될 전망이다. 한편 채권금융기관은 일괄적으로 인수조건을 정하기 위해 우성그룹 전체를 인수시킬 계획이어서 한일그룹이 아닌 제3자가 인수해도 우성그룹은 그룹 모양새를 유지하게 된다. 인수자가 일단 우성그룹 전체를 인수한 후 부채 정리나 경영효율화를 위해 계열기업을 개별적으로 매각 또는 처분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성건설 등 11개 우성그룹 계열기업은 지난해 1월20일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놓은 상태로 법원은 우성그룹 정리계획안을 토대로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정재홍 기자> ◎한일 입장과 인수불발 배경/법정관리지속 등 수용 않을땐 인수 불가능/10대그룹 진입·사업다각화 꿈 끝내 무산 우성그룹의 57개 금융채권단이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자신을 배제하고 우성에 대한 새로운 인수자를 선정키로 한 것에 대해 한일그룹은 의외로 담담한 반응이다. 지난 5일 우성인수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전달해 줄 것을 요구하는 금융채권단의 최후통첩을 거부한 바 있는 한일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우성인수 배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성 인수추진이 무위로 끝남에 따라 재계 순위 10위권 진입과 섬유위주인 그룹구조를 건설과 유통 등으로 다각화하려던 한일의 꿈은 무산됐다. 금융채권단의 전체 회의 결과 소식을 접한 뒤 한일그룹은 우성에 대한 각종 지원사항에 대해 합리적 보상을 전제조건으로 우성 인수 배제를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신동권기조실장은 『법정관리의 지속과 원리금상환조건 완화 요구를 금융채권단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우성인수는 어렵지 않느냐』며 우성 인수불가라는 대세를 인정했다. 또 신실장은 『채권단과 한일 모두 출혈이 컸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인 대응은 서로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채권단과 협의해 그동안 우성에 쏟아부은 지원에 대해 적정한 보상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일은 총 4백69억원의 현금지원에 대한 즉각적인 변제와 차입보증 3천5백억원을 포함해 총 1조3천억원규모의 지급보증에 대한 원상회복, 불합리한 상환압력 자제 등 3가지를 요구했다. 한일그룹은 우성 인수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금융기관들이 점차 압박해오자 내부적으로 「우성 인수 포기」라는 방향을 잡은듯 하다. 한일은 부채비율 5백95%에 자기자본비율도 14.8%에 불과하는 등 재무구조가 극히 취약하다. 또 지난해 1천2백억원 가량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한일은 이 때문에 지난해 한일레저개발을 한일합섬에 합병한데 이어 연초에는 연합물산을 매각, 9개사인 계열사를 7개사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권구찬 기자> ◎우성건설 인수 일지 ▲96년 1월18일 (주)우성건설 부도 발생 ▲우성건설그룹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단 구성(57개금융기관) ▲1월20일 (주)우성건설 등 11개사 법정관리 신청 ▲1월27일 (주)우성건설 등 10개사 재산보전처분 결정 ▲4월29일 공동관리단 파견 ▲5월13일 우성건설그룹 인수사로 한일그룹 선정 ▲7월8일 채권단·한일그룹, 공동실사착수 ▲12월30일 자산·부채 실사결과 금융조건 확정 ▲97년 3월8일 법원, (주)우성건설 등 6개사 회사정리절차 개시 결정 ▲3월26일 한일그룹과 삼삼종금 금융조건 합의 ▲4월25일 채권단, 인수관련 약정서 등 내용 최종결정, 합의 ▲4월26일 채권단, 한일그룹에 계약체결 요청 ▲5월29일 한일그룹, 조건완화 요구 ▲6월21일 채권단, 한일그룹에 계약체결 및 정상화계획 이행 최고 ▲7월5일 한일그룹, 채권단의 최고요청 묵살 ▲7월15일 채권단 11차 대표자회의. 한일그룹 우성건설그룹 인수사에서 배제

관련기사



권구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