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외규장각 도서 145년만의 귀환… 내달 말까지 296권 모두 고국 품으로

1차분 75권 대부분 임금이 보던 어람용<br>살균·안정화 작업 거쳐 7월부터 특별전

프랑스에 있던 외규장각 의궤(儀軌)가 145년 만에 마침내 고국 땅을 밟았다.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화물청사 13번 게이트에 도착한 아시아나 여객기 OZ502편의 문이 열리자 방온ㆍ방습을 위해 특수설계된 5개의 나무 상자(크레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해온 외규장각 도서 296권 가운데 75권이 이 안에 들었다. 조선 왕실의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기록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의궤 중에서도 임금이 보던 '어람용'이 75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역에 이어 세관통관 수속을 받은 '의궤 상자'는 이날 오후3시께 무진동 특수운송차량에 실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까지 달려갔다. 곧바로 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진 상자들은 급격한 온도와 습도 변화를 막기 위해 1~2일 정도 안정화 시간을 가진 뒤 열릴 예정이다. 이후 유물은 박테리아 등을 없애는 살균 과정인 '훈증작업'을 거치게 된다. 종이와 직물로 이뤄진 유물은 돌ㆍ철제 유물보다 세균에 민감하기 때문에 밀폐공간인 훈증처리 시설에서 소독약제를 넣고 훈증작업을 거쳐야 한다. 또한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등본에 해당하는 '등록유물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는 소유권 여부에 상관없이 관리 효율성을 위해 전산 처리되는 목록이다. 이번 '귀환'을 시작으로 오는 5월27일까지 추가로 세 차례에 걸쳐 나머지 의궤들이 돌아와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국민들은 7월19일부터 9월18일까지 열리는 박물관 특별전을 통해 의궤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정부는 이후 반응에 따라 의궤가 원래 있었던 강화도를 비롯한 전국 순회전시도 고려하고 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현장에 참석해 "한ㆍ프랑스 양국의 법률체계와 국민정서 차이, 명분과 현실의 장벽 때문에 환수과정이 길고도 힘들었다"면서 "지난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양국 정상의 합의가 양국 우호관계에 새로운 미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장관은 "외규장각 의궤는 지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만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며 "이를 계기로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에 긍정적 영향이 미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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