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11월 26일] 한미FTA 비준 대차대조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이 양국에서 공식 서명된 지 2년반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두 나라 의회에서 비준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이 기간에 주변여건도 많이 변했다. 달라진 변수에는 양국 의회가 비준하는 데 장애로 작용하는 것도 있고 유리하게 작용할 것도 있다. 우선 한미 두 나라 정부가 모두 정권교체를 했다.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서명한 합의문에 별다른 이의가 없어 보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민주당을 기반으로 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후 기존 합의문에 대한 불만이 더 표출되고 있다. 경제위기, 한·EU FTA가 변수 미국 민주당의 주요 지지세력인 노조가 한미 FTA의 신속한 진전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도 비준에 불리한 여건이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한미 FTA보다 더 시급하고 중차대한 과제가 의료보험 개혁이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다음으로 크게 달라진 상황은 그 사이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는 점이다. 더욱이 위기의 진원지는 바로 미국이다. 아직도 해소되지 않는 경제위기는 한미 FTA에 양면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비관세장벽 등 미국 내 불만사항을 관철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는 것은 물론 아예 한국시장을 더 여는 것보다 자국시장 개방을 지연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글로벌 위기 이후 소형차 위주로 한국차의 대미수출이 늘었다는 사실은 미국 자동차 제조업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반면 경제위기는 한미 FTA 비준을 촉진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아시아 순방을 마친 후 오바마 대통령은 순방의 주요목적이 실업해소 등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있었다고 밝혔다. 아시아로 수출이 5%만 증가해도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본격적인 불황을 의미하는 10%를 넘어섰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한미 FTA가 발효하지 않으면 모두 3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의회를 압박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을 압박하는 또 다른 변수는 내년 상반기에 발효될 것으로 보이는 한ㆍEU FTA이다.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미국 업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시기를 놓치면 도리어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게 미국이 처한 입장이다. 미국 자동차업계 일부에서 재협상보다는 빠른 발효로 한국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 FTA 서명이 미국 행정부의 신속협상 권한 시한에 맞춰 이뤄진 만큼 재협상을 하게 되면 미국 의회가 협정문을 다시 수정할 수 있어 행정부에는 부담이 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밖에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에서 중국으로부터 별다른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본격적인 G2 시대를 앞두고 미국은 한국과의 FTA를 경제적 전략적 마지노선으로 간주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美 변화 기다릴때 여러 가지 여건을 종합해볼 때 내년 한미 FTA의 비준가능성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욱이 자동차에 관한 한 우리는 관세 등 거의 대부분을 미국에 양보했고 더 이상 폐쇄적인 시장도 아니다. 이제는 미국의 정치적 선택만 남았을 뿐이다. 한미 FTA의 기존 합의문이 미국 경제에 이득이 된다면 무역대표부(USTR)가 마련하고 있다는 '패키지 권고안'도 정치적 입장을 반영하는 수준 정도에 머물 것이다. 지난 2년반 동안 미국은 공식적인 재협상 요구를 한 적도 없다. 이제는 미국의 정치적 변화를 기다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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