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청와대에 CIO가 없다는 게 말이 돼? 화이트하우스는 앨 고어 부통령이 CIO야. 그런데 우린 아무도 없대.』『그럴 리가…』
얼마 전 들은 얘기다. 화제가 이리저리 돌다 보니 우연히 튀어나왔다.
CIO는 DJ정부 들어서면서 많이 쓰인 말이다. CHIEF INFORMATION OFFICER. 정보화를 담당하는 고위 임원이나 고위 관료를 뜻한다.
DJ정부가 CIO를 전도하고 나선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이 앞장 선 정보화 바람이 열풍으로 돌변한 때가 DJ정부 출범과 맞물렸다.
실제로 요즘 웬만한 기업과 정부 부처들은 CIO를 두고 있다. 왜? 그래야 하니까. 정보화 빠진 조직이란 상상할 수 없게 돼 가니까.
그러나 우리의 청와대엔 진짜로 CIO가 없다. 요즘 국기(國基)를 뒤흔드는 문건·보고서 스캔들 때문에 경황이 없어서 안 둔 것도 아니다. DJ정부 출범 때부터 CIO는 없었다.
당연히 드는 의문. 그럼, YS정부 때는? 신기하게도 그 때는 있었다. 「준비됐다」는 이 정부의 청와대에서 정보화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부에서 파견된 과장 1명 뿐이다. 그러나 「머리 나쁘다」고 혹평받은 문민정부 때는 경제수석 바로 밑에 CIO 격인 정보산업 담당 비서관이 있었다. 그것도 최고위 공무원인 1급 자리였다. 그 차이가 뭘까?
물론 지금 우리 정보화 수준은 YS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약했다. 청와대에 CIO가 없어도 정보화의 꽃은 만발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민간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다. 컴퓨터게임에 미친 학생, 이름없는 벤처 기업가, 나스닥 상장의 꿈을 키우는 숱한 기업들이 꽃 피운 것이다. 청와대의 CIO가 도와주지 않아도 그렇게 우리 정보통신산업은 무럭무럭 커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에 CIO가 없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정보화와 관련된 국정의 현안들을 총괄 조정할 CIO의 부재로 풀리지 않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암호 이용 촉진, 인터넷시대의 저작권 등 국가 운영 시스템 전반을 정보화하기 위해 제·개정하고 정비해야 할 법과 제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몇 달, 몇 년 째 관계 부처들은 양보 없이 지리한 싸움만 벌인다.
인터넷 대중화의 전진기지, 게임산업 육성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PC방은 개정된 「음비게법」에 따라 대부분 「불법 전자오락실」 딱지가 붙게 된다. 그래도 우리 국가 시스템에는 제어장치가 없다. 한심하지만, 이게 정보화 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새 밀레니엄을 준비해야 하지만, 세기말적 혼돈만 지배한다. 이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지식정보사회」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구호와 이벤트 뿐이다.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것 같다.
JA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