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장 해외이전 가속 실태ㆍ문제점] 작년 하루 3개 업체꼴 이삿짐

외환위기 이후 해외로 나간 업체가 4,200여개에 이른다는 사실은 기업의 `탈(脫)한국` 러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지난해에만 1,070개 기업이 국내를 떠났다. 하루에 3개 업체 꼴로 짐을 싼 셈이다. 기업들의 해외탈출에 따른 산업공동화는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대한상의가 수도권 제조업체 20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7.5%가 이미 중국에 진출한 상태로 `1~2년내 진출 예정` 또는 `여건이 되면 진출하겠다`는 응답도 각각 25.5%와 16.0%에 달했다. 대한상의 경영조사팀 손세원 팀장은 “생산비 상승과 노사갈등 등의 문제로 국내기업의 중국진출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술ㆍ자본집약 산업까지 탈출=국내 기업의 해외공장 이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진행되는 상황은 위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하다. 전자, 정보통신 등 기술ㆍ자본집약 산업까지 중국 등으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이나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업체들은 주로 국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업종, 즉 음식료품이나 섬유ㆍ의복, 신발관련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산업고도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사정이 변하고 있다. 전자통신장비, 석유화학 및 수송기계 등 기술ㆍ자본집약업종의 이탈이 늘고 있다. 심지어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갖춘 삼성ㆍLG 등 재벌 계열사들도 생산시설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기능, 부품공급업체 까지 동반하고 떠날 정도다. 이대로 가다간 산업공동화가 기술공동화를 초래, 국내 경제기반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수출통계 이중으로 잡히고 `부메랑`도 걱정=더 큰 문제는 산업공동화가 겉으로는 수출 호황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내 생산설비를 해체해 개도국에 나가는 경우 자본재 수출로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등 개도국 수출이 늘어난다고 좋아할 뿐이다. 사정이 어려워진 농가에서 소와 전답을 팔아 들어온 돈을 마치 번 돈으로 착각하고 있는 꼴이다. 때문에 과연 우리가 가재도구나 내년에 파종할 종묘를 팔아 흑자를 내고 있는지, 그렇다면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구조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올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거둔 흑자는 87억달러. 전체 흑자 83억달러를 초과하는 규모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최대의 교역국으로 자리잡았다. 앞으로도 당분간 대중 교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설비투자 이전의 흑자 계상 가능성과 ▲부품ㆍ소재 수출의 내용 ▲대중 수출 증가와 대일 역조의 상관 관계 및 이로 인해 파생될 중국의 수입장벽 강화 가능성 등이 면밀하게 분석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중국에 수출되는 원료나 중간재가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에서 장사가 안돼 재고 원자재를 내갔다면 흑자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고 국내 경기는 더욱 침체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이 우리의 성장을 위한 파트너임은 분명하지만 자칫 성장기반을 깎을 수도 있다는 점을 챙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민관대책위 구성, 현상부터 파악해야=전문가들은 “이런 사실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며 무엇보다 실상 파악에 나서야 할 것을 주문했다. 날이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생산기지 해외이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실에 관한 정확한 인식이 대응책을 마련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개발도상국과의 교류와 협력이 한국경제의 앞날을 결정할 주요변수라는 점에서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시급하다”며 “기술개발, 경쟁력 확보,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마련이라는 국가과제와 같은 수준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계와 정부, 통계관련 기관이 참가하는 연구 및 대책반 구성을 제의했다. ■ 해외이전 기업수 어떻게 계산했나 본지가 관세청에 의뢰해 파악한 공장이전 기업현황은 `해외투자수출`을 근거로 산출했다. 해외투자수출은 외국환은행으로부터 해외투자신고를 거쳐 현물 투자한 수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관세청은 `코드 61`로 분류하고 있다. 일종의 거래형태별 수출분류 코드인 셈이다. 또 이중 같은 기업이 여러 차례 설비를 반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동일 기업은 1개 기업으로 산정했다. 예들 들어 A기업이 1,000만 달러의 투자신고를 한 뒤 3차례에 걸쳐 설비를 반출했다면 1개 기업의 이전으로 계산 한 것이다. 실제로 올들어 9월까지 해외투자수출 건수는 2,350건이지만 기업 단위로는 790개사에 그친다. 1개 기업이 3차례 정도 설비를 반출했다는 의미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해외 투자형 수출은 `코드 61`뿐이기 때문에 해외공장 이전 통계로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문성진기자,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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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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