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예금자보호 票퓰리즘

'포퓰리즘'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저런 사전들을 찾아보면 대체로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편의주의'나 '기회주의' 정도로 해석된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유권자들에게 비합리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선심 정책을 남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요즘 정치권을 중심으로 '포퓰리즘' 논쟁이 한창이다. 대학생과 시민단체들은 '반값 등록금' 시위를 벌이고, 서울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준비 중이다.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이 '복지 포퓰리즘'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복지를 국가는 귀담아들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반값 또는 무상 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포퓰리즘'으로 몰아간다면 우리나라에 복지정책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반값' '무상'을 넘어선 진정한 포퓰리즘은 따로 있다. 최근 국회에 상정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개정안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뿐 아니라 예금보호 대상이 아닌 후순위채까지 전액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개정안은 '포퓰리즘'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이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의 구제를 위해 발의했다는 점에서 '표'를 의식한 행위이고 '자기 책임하의 투자'라는 금융의 원칙을 정민으로 위배했다. 사실상 특정인ㆍ특정단체ㆍ특정지역을 위한 특혜성 법안이라는 점에서 법의 일반 원칙까지 위배할 소지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법안이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 상정된 법안대로 5,000만원 초과 예금과 후순위채까지 전액 보상해 준다면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은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하지만 추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또 다시 모든 예금자들을 보호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융은 '신뢰'다. 이 신뢰에는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법'에 대한 신뢰도 포함된다. '표'를 의식해 예외적인 조항을 끼워 넣어 예금자들을 과도하게 보호하면 금융의 신뢰는 깨지고 '도덕적 해이'만 난무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5년을 주기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나름의 발전을 이뤄왔다. 국회가 지금까지의 수고를 헛되이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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