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 중 하나가 '의리(義理)'다. 한 남자배우가 의리를 외친 것이 각박한 세상에 훈훈하게 와 닿으며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사전적으로 의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다. 조선시대에 성리학이 전해지면서 "군자는 의리로 사람을 이끌고, 소인은 이익으로 사람을 이끈다"라고 해서 선비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그런 의리가 갑자기 주목받은 것은 그만큼 이 시대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월드컵이 한창인 지금 미국과 이란이 의리 때문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이라크 내전이 격화하면서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이 미군이 철수한 지 3년 만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에 넘어갔다. 문제는 이들이 이슬람 급진 수니파라는 것과 이들이 장악한 지역이 이라크 북부 정유시설을 포함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시아파 현 정권이 유지되는 것을 강하게 원한다. 표면상으로는 의리를 강조하지만 사실은 주요 원유생산지인 남부지역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익이 짙게 깔렸다. 이란도 마찬가지다. 중동에서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으로서 이라크가 수니파에 넘어가는 것은 의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고, 더 나아가 미국과 연합군을 형성해 그동안 불편했던 서방세계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려는 이익도 숨어 있다.
이러한 의리와 이익의 계산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를 자극한 첫 신호는 유가 상승이다. 지난주 북부지역이 반군에 넘어가자 기름값은 배럴당 102달러 수준에서 바로 107달러로 수직 상승했다.(WTI기준) 주식시장에서는 유가가 기초자산인 상장지수펀드(ETF)들이 단숨에 4% 이상 급등했다.
이번주 들어 유가가 다시 105달러대로 떨어졌지만 내전이 더욱 확산되면서 미국과 이란이 개입한다면 유가 흐름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사태가 시아파와 수니파 간 종교분쟁의 성격을 띠는 만큼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 간의 패권싸움으로 번질 경우 유가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유가 상승이나 전쟁 가능성이 커진다면 오일·에너지·국방 관련 주식이나 ETF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먼저 유가(WTI)를 100% 추종하는 ETF(USO.US)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며 만약 좀 더 공격적으로 유가에 투자하고 싶다면 유가에 2배로 추종하는 ETF(UCO.US)도 있다.
에너지관련 ETF에는 엑슨모빌·셰브론 등 에너지관련기업 주식이 기초자산인 ETF(XLE.US)가 3개월 평균 거래량이 750만주로 유동성도 풍부하고 최근 2주간 4% 이상 상승하는 등 차별적인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전쟁 가능성이 높아질 때면 자연히 주목을 받는 국방 쪽에서는 록히드마틴·보잉 등 군수기업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ITA.US)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라크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중동에서 의리와 이익이 뭉친다면 오일이나 에너지, 국방관련 ETF들의 수익률이 '으리으리'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