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경험은 무섭다.
2003년 결승에서 타이거 우즈와 붙었다가 졌던 데이비드 톰스가 이번에는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반면 36홀 결승 진출이 처음인 크리스 디마르코는 초반 톰스의 밀어 붙이기에 기가 질린 채 ‘18홀에서 끝났으면…’하고 되뇌다가 결국 대회 사상 최다 홀차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코스타 골프장에서 끝난 총상금 750만달러의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악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는 톰스에게 돌아갔다.
톰스는 디마르코를 맞아 오전 18홀 경기에서만 6홀차로 앞서갔으며 오후 들어 다시 18홀 경기에 나선 뒤 26번째 홀에서 9홀차까지 리드했다가 결국 5개 홀을 남긴 31번째 홀에서 6홀차 승리를 따냈다.
이에 따라 톰스는 무려 130만 달러에 달하는 우승상금을 챙기며 이 대회 첫 승, PGA투어 통산 11승을 거뒀으며 이 대회 매치 플레이 전적 18승 5 패의 기록을 남겼다.
톰스가 세운 6홀차 우승은 지난 2000년 결승에서 대런 클라크가 기록했던 4홀차를 경신한 대회 최다홀 차 우승 기록이다.
이 대회는 사실 시작 전부터 톰스에게 유리해 보였다. PGA통산 우승이 톰스가 10승, 디마르코가 3승이었고 톰스는 2001년 PGA챔피언십으로 메이저 우승 경험도 있었고 무엇보다 2003년 이 대회 결승에 올랐던 경험이 있었다.
경기가 시작된 뒤 이런 경험은 톰스에게 강력한 상승세의 발판이 됐다. 3번홀을 디마르코에게 내줘 8번홀까지 1홀차로 끌려가던 톰스는 9번홀에서 디마르코의 보기로 올 스퀘어가 된 뒤부터 일방적인 경기를 펴기 시작했다. 10, 11번홀 연속 버디로 기세를 살려 17번홀까지 8개홀 중에서 7개홀을 따낸 것.
18번홀을 디마르코에게 내줘 6홀차로 점수차가 줄었지만 오후에 시작된 후반 18홀 경기에서도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8번홀까지 3홀을 더 따내 9홀차까지 앞섰을 때는 27개홀만에 경기가 끝날 수도 있다는 분석에 대회장이 술렁거렸을 정도였다.
디마르코가 3연속 버디로 기사회생하면서 경기는 더 이어졌지만 우승자는 변하지 않았다.
경기 후 톰스는 “지난 2003년 결승에서 초반 앞서 나갔다가 역전 당한 뒤 매치 플레이에서는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아 경기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덕”이라고 말했다.
한편 3-4위전에서는 레티프 구센이 연장 2번째 홀인 20번째홀에서 이안 폴터를 꺾고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