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갈등이 없는 나라,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나라`
`한국이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의 책에서 묘사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100명 밖에 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그려진 우리 사회 모습은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나 다름없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탄생한 삭막한 도시문화가 만연돼 있다. 이런 가운데 도시공동체 문화 복원을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역 공동체 품앗이, 담장 허물기 등의 사업은 작지만 도시 공동체문화 복원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도시공동체 사업이 연속성을 띠며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전무한 점이다. 이의 대안으로 지자체가 조례제정 등을 통해 도시공동체사업에 지원토록 하는 것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관 주도 도시공동체 사업= 지자체 등 관 주도 하의 도시공동체문화 복원사업의 대표적 사례로 담장 허물기를 들 수 있다. 이는 현재 서울시, 대구시, 순천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서울시는 `푸른 서울 가꾸기`, `담장 허물기를 통한 주차ㆍ보행공간 확보`등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는 공공기관이 담장을 허물고 조경공간으로 꾸미면 비용을 시가 부담해 주는 것. 후자는 담장을 허물어 주차ㆍ보행공간으로 사용하는 가구에 공사비용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특히 주차ㆍ보행공간 사업은 1만3,000여가구가 호응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울 송파구 송파 1동 16번지 주택가 일대는 담장이 없는 이웃과 소통하는 마을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순천ㆍ대구시 등 지방 지자체도 담장 허물기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순천시는 2006년까지 담 허물기 운동을 연차적으로 추진키로 하고 사업을 진행중이다. 대구시 역시 담을 허무는 건축주에 300만원의 비용을 지급하고 있고, 290여명의 건축주가 이 사업에 참여했다. 이밖에 서울 구로구의 내집 골목길 쓸기 주부 모임인 `깔끔이 봉사단`도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행정기관의 도움이 결합됐다는 점에서 도심공동체의 작은 초석으로 주목 받고 있다.
◇주민 스스로 공동체 조성=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은 지역 주민 스스로 도시공동체 문화 조성에 나선 대표적 사례이다. 성산동, 망원동 등 마포지역 거주민들의 모임인 이들 단체는 육아, 교육, 먹거리 등 여러 분야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지역 공동체 이자 표본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상태다.
마포두레생협은 94년 공동육아 협동조합 제 1호인 `우리 어린이집`이 모태다. 공동육아 철학에 공감한 사람들이 하나 둘 마포로 이사 왔고, 이들이 모이면서 두레생활협동조합이라는 지역생활 공동체로까지 확산됐다. 현재 조합원은 500여 가구에 이르고 있다. 성미산 배수지 공사 중단을 이끈 것도 바로 이들 회원이다. 특히 이 지역 공동체는 탄탄한 조직력과 유대력을 바탕으로 대안학교 신설도 추진하고 있는 등 도심공동체 새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제도적 지원 전무= 도심공동체문화 복원을 위한 작은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지만 제도적 지원 장치가 전무한 것이 문제다. 담장 허물기, 골목앞 쓸기 등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이들 사업도 단순한`행사`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당초 대구시가 공동체 문화 복원 차원의 일환으로 담장을 허무는 가구에 비용 지원을 골자로 한 조례를 만들 예정 이었으나 장기 검토 과제로 보류되고 말았다.
도시공동체 문화사업에 대한 중앙정부ㆍ지자체의 재정지원 역시 시민단체에 한정돼 있다. 지역 주민 스스로 공동체를 형성해 운영하는 조직에 대해선 지원이 전무하다. 시민단체 지원 역시 유야무야 된 상태나 다름없다.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정석 박사는 “도시공동체 문화가 복원될 경우 삶의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범죄율이나 각종 사고 등도 줄어들 수 있다”며 “지자체들이 일종의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지속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