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은 갑신(甲申)년 새해를 맞아 한국의 부흥을 위해 정치권, 노사,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반목과 갈등을 접고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힘 모아 다시 뛰자`고 제언했다. 정치권ㆍ노사ㆍ기업들은 모두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을 허물고 함께 뛰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더 이상 소모적인 대립이 지속되는 한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라는 시대적 과제도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노사,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모두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협력을 다져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정치불안, 실업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과제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주요 정당ㆍ기업ㆍ노동계 대표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상생과 협력을 통해 올해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화합의 정치로 나라살리기 최선"
지금 나라 사정도, 국민들의 형편도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려야 할 정치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나라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상생의 정치는 `네 탓`을 말하기 전에 `내 탓`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대통령도, 정부도, 정치권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힘을 모아 `나라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말만 앞서는 `말의 정치`가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행동의 정치`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정상화`다. 대통령부터 정부, 여야, 노사 모두가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왕좌왕했던 지난해를 교훈으로 삼아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정상화시켜 선진화의 길로 나아가는데 지역이나 계층, 세대는 물론이고 정당도, 이념도 있을 수 없다. 나라 살리기를 위해 모두가 함께 힘을 모으는 것, 그것이 바로 상생의 정치라고 믿는다.
오는 4월에는 17대 총선이 실시된다. 지난 한 해 동안의 무능과 분열로 얼룩진 국정혼란에 마침표를 찍고, 화해와 통합을 향한 새로운 국정운영의 방향을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한나라당은 나라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삶을 돌보면서 국민에게 안정과 희망을 드리는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조순형 민주당 대표
"국민통합 이루는데 앞장서겠다"
지난해는 나라 안팎으로 불안과 혼돈이 끊이지 않았다. 민생과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고, 정치와 사회는 혼미를 거듭했다. 따라서 정치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새천년민주당은 2004년을 나라를 살리는 해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사분오열된 나라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 우리 정치를 상생과 화합의 정치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따라서 새천년민주당은 다음과 같은 일에 최우선의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다.
첫째, 국민화합을 이루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역, 계층, 세대와 사회 모든 세력 간의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을 실현하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둘째,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방침이다. 특히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청년 등을 위한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정책을 펴는데 주력할 것이다.
셋째, 생산적 복지 시책을 강화할 것이다. 노인, 여성, 장애인, 농어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희망과 보람을 갖고 살아가도록 복지시책을 확충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넷째, 대북 평화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할 것이다. 반세기만에 이어진 육로와 철도를 통해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한민족 웅비의 시대를 앞당기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올해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다. 정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걱정과 불만이 무엇인지 새천년민주당은 잘 알고 있다. 민주당은 가장 공명하게 선거에 임할 계획이다. 선거가 민생과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세심하게 자제하면서 필요한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 김창성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투명경영 노사신뢰구축에 전력"
우리나라가 세계화의 무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라는 국가목표를 위해서는 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한 국가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 없이 많은 정책목표와 정책수단들의 우선순위를 현명하게 결정하여 과감히 집행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국가 경쟁력의 가장 기초적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은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노사관계 구축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 노사관계는 반세기가 지났지만 갈등적 관계로 얼룩진 채 그대로 남아 있다. 대립적인 노사관계의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우선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고 싶다. 정부는 현재의 우리나라 노사 관행의 실태에 견주어 우리의 현행 노동법제가 그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깊은 고뇌를 해야 할 것이다. 또 공정한 중재자로서 법과 원칙이 확실히 준수되도록 해야 함을 재삼 강조코자 한다.
둘째 노동계는 계급 투쟁적 노동운동 방식을 버리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노사가 공생할 수 있는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에 노력하는 일이 요구된다 하겠다.
끝으로 경영계는 투명한 경영을 통해 노사간에 신뢰를 구축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고, 지식경제시대 경쟁력의 원천인 인적자원에 보다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제 노사정 모두는 명실공히 선진국가로 다가설 수 있도록 스스로의 책무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 이남순 노총위원장
"비정규직등 취약계층 권익 보호"
정치불안, 장기간에 걸친 불황과 실업문제, 노사대립과 갈등 등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중요한 숙제들이다. 올해는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되어 정치와 노사관계가 안정되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어 노동자ㆍ서민이 잘 살수 있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노총은 이러한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노동단체로서 우리에게 맡겨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
올해는 4.15총선이 있는 해인 만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매진해 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노총은 조합원에 대한 정치교육을 강화하고 사민당 진성당원 증가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역량있는 노조간부 및 조합원, 노동자 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양심적인 지식인을 발굴하여 총선에 출마 시키고 적극 지원할 것이다.
또한 노동운동의 주체 역량인 조직률 제고를 위해서도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02년말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율은 11.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러한 낮은 조직률로는 노동운동이 처한 역경을 헤쳐나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40시간 주5일 노동제를 전사업장에서 올해부터 도입하도록 산하조직을 지도 지원함으로써 현장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혀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가라는 사실을 무색케 할 정도로 노동권이 침해 받고 공무원노동조합이 용인되지 않는 나라이다. 올해는 노동자의 노동3권이 보장되고 공무원 노조가 반드시 도입되도록 제도개선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여성, 외국인노동자, 저임금노동자 등 취약계층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정책사업과 조직화사업도 적극 전개함으로써 이들 노동자의 권익을 적극 보호할 것이다.
■ 강신호 전경련회장
"대기업-中企 협력강화 공존 노력"
국내 경기침체와 치열한 글로벌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ㆍ중소기업 협력체제가 강화돼야 한다.
품질이 좋은 부품을 제공하는 중소기업이 강해야 대기업도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으며, 아울러 우리나라의 미래성장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은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자 윈-윈(Win-Win) 전략이다.
그 동안 우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 대해 서로간의 업종을 도식적으로 나누고 고유 업종을 전문화하는 방향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의 전문업종이라는 분리보다 차라리 동일업종내에서 서로의 특성에 맞는 역할수행으로 전문화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해 7월 `하도급거래 공정화 실천을 위한 다짐`을 발표, 대ㆍ중소기업간의 건전한 하도급거래질서 확립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앞으로 대기업의 경영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고, 대ㆍ중소기업의 다양한 협력성공모델을 발굴, 홍보해 자율적인 협력을 증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현재 우리나라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요한 요인은 노사관계의 불안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이나 기업들은 격렬한 노동운동이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사가 하나되어 무한경쟁속에서 상생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하루빨리 정립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사가 서로를 상대방으로 인정하고 노사간에 우호적인 파트너쉽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근로자와 기업인이 합심해 노사가 서로 협력하고 타협하는 상생의 노사문화를 이룩한다면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국 진입 역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 기협중앙회 김영수 회장
"불공정 하도급 개선 꾸준히 추진"
최근 세계시장에서의 기업간 경쟁은 개별기업간의 경쟁에서 시스템간의 경쟁체제로 이행되고 있다. 이 같은 경쟁구도에서는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과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과의 상호협력 관계는 필수적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2003년도 수탁기업체협의회 운영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전자, 전기, 기계업종 등의 32개 대기업들이 1만6,399개 중소기업과 하도급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2, 3차 하도급 협력업체까지 감안할 경우 최소 10만여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ㆍ중소기업간 관계는 대부분 단순 하청 계열관계인 전속적ㆍ수직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43.3%의 중소협력업체는 해마다 이어지는 대기업의 일방적 단가인하 요구를 가장 큰 불공정 거래 유형으로 지적할 정도다. 결국 대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단가인하요구, 하도급대금의 지연지급, 일방적 발주취소ㆍ변경 등의 불공정 행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대ㆍ중소기업간의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관계는 이러한 불공정 거래관행의 개선을 통해 서로의 진정한 믿음을 쌓아 나갈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대기업은 적정한 단가산정과 납품대금 결제관행을 개선하는 한편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ㆍ금융지도 확대 및 공동기술개발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올 새해에는 좀더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의 정신으로 세계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