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실속없는 '맹주'보다 내실있는 '2등' 선택

엔低 앞세운 日저가공세로 지난해말부터 손해보는 장사<br>LCD에 밀려 시장전망도 흐려 외형승부 보다 수익개선 초점 "타이밍 잃는 자충수 될수도"



실속없는 '맹주'보다 내실있는 '2등' 선택 엔低 앞세운 日저가공세로 지난해말부터 손해보는 장사외형승부 보다 수익개선 초점 "타이밍 잃는 자충수 될수도" 김민형 기자 kmh204@sed.co.kr 'LCD와의 힘겨루기에 밀리고 엔저(低)'로 가격경쟁력도 약화됐다.' 지난 2003년 이후 글로벌 시장의 맹주로 자리잡아왔던 국내 PDP 업계가 자발적으로 시장 주도권을 일본에 넘겨준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강력한 경쟁품목인 LCD와의 가격격차가 줄어들면서 적정마진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데다 엔저를 바탕으로 노골적으로 '세계경영'에 돌입한 일본의 공세에 무작정 버티는 것은 끝이 보이는 어리석은 선택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설비투자를 보류한 채 차세대 시장 경합에서 한발을 뺀 것은 '승부 호흡'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엔화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마쓰시타는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어 글로벌 PDP 시장이 일본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버티기에 한계 왔다=삼성SDI와 LG전자로 대표되는 국내 PDP 업계가 '세계 1등 전략'을 보류한 배경은 수익성 악화를 더 이상 견뎌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PDP 패널 가격은 급락하는데 일본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국내 PDP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 실제 삼성SDI는 지난해 4ㆍ4분기에 191억원 적자, LG전자의 디지털디스플레이사업본부는 1,4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PDP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PDP 진영이 40인치대 디스플레이 주도권 경쟁에서 LCD 진영에 한발 뒤처진 상황이어서 올해는 수요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PDP 매출은 199억달러로 LCD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 오는 2010년에는 PDP 시장 규모가 LCD의 4분의1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엔저현상을 이용한 일본 기업들의 저가공세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국내 PDP 업계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호용 LG전자 CFO 부사장은 지난 1월 개최한 기업설명회에서 "PDP 모듈 부문은 올 1ㆍ4분기에도 지난해 4ㆍ4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가 날 듯하다"며 "올해 4ㆍ4분기나 돼야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수익성 강화에 올인=국내 기업의 전략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일단 승부를 미루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외형승부보다 내실을 다지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 특히 LCD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고 수익성도 좋은 50인치대 풀HD 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SDI는 5월 50인치 전용 생산라인인 4라인을 본격 가동, 전체 생산능력을 월 61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올 상반기 중 풀HD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50인치대 풀HD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유리 한 장에서 6개의 PDP 패널을 만드는 6면취 방식을 개선, 8개의 패널을 생산하는 신공정 도입을 추진 중이다. 신공정 도입이 성공하면 생산능력이 30%가량 향상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50인치 이상 PDP TV 시장 규모는 지난해의 2배 가까이 늘어나 385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52인치 풀HD의 PDP 모듈 가격이 LCD 모듈보다 30%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50인치대 이상에서는 PDP 진영이 LCD 진영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쓰시타 질주 지속될 듯=삼성SDIㆍLG전자뿐 아니라 일본의 PDP 업계도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의 히타치(FHP 모회사)와 파이오니어는 순이익이 크게 줄어 당초 계획했던 PDP 신공장 건설계획을 보류한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유독 마쓰시타만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저가공세를 벌이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PDP를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는 마쓰시타의 특수한 상황과 더불어 엔화 약세를 이용해 시장지배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LCD사업부문이 없는 마쓰시타로서는 PDP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 전력을 '올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와카미 마쓰시타 부사장(CFO)은 1일 실적발표회장에서 "최근 PDP TV가 LCD TV에 열세라는 견해가 있지만 PDP TV는 투자금액, 비용, 리드 타임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며 "화면이 커지면 커질수록 PDP가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쓰시타의 공격적인 경영은 불투명한 시장전망에 확신을 주고 시장의 파이를 키워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마쓰시타를 제외한 PDP 업체들이 모두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마쓰시타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2/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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