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1일] 썩은 사과 솎아내기

지난 31일 거래소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수십 개 업체들이 상장폐지를 앞두고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성공적인 신규 상장에 대한 환호성을 울렸다. 이날 코스닥시장에 처음으로 상장된 반도체업체 네오피델리티는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도 “우량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들어왔다”며 환영했다. 지난주 상장된 중국식품포장은 이날까지 사흘째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우량 중국계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이미 국내증시에 상장된 다른 중국계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신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까지 거래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상장사들은 퇴출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50개 이상의 기업이 증시를 떠나야 할 참이다. 감사의견거절, 자본잠식, 횡령ㆍ배임사건 발생 등 사유도 갖가지다. 이들은 거래소의 처분이 너무 엄격하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개별적으로 충분히 사업이 잘되고 있는데 모기업이나 영업환경의 악화로 일시 사정이 나빠진 것에 대해 배려가 없다는 주장이다.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엄격해진 퇴출 규정에 희생양이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일부 상장사들의 나쁜 행태를 고치지 않으면 우리 증시, 특히 코스닥시장은 발전할 수 없다”는 주장이 이런 불만이나 불평을 압도한다. 한계상황에 몰린 상황에서도 시세조종이나 횡령 등을 통해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오히려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이 ‘2부 리그’니 ‘머니게임의 장’이니 하는 코스닥시장의 오명을 씻을 좋은 기회”라는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물론 시장 원리에서 의해서 정화작용이 가능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아예 한계 기업들을 외면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격언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롭고 건강한 기업과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를 가득 채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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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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