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임원들 랩 가입때 꼭 신분 밝히세요"

자사주 매입 규정 위반 잇따르자<br>기업, 간접상품 투자 '주의' 당부

회사 임원들이 간접투자 상품인 랩어카운트에 가입했다가 본인도 모르게 공시위반 등 규정을 어기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요 그룹들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임원들은 자사주 매입시 6개월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할 뿐더러 사고팔 때 관련 내용을 공시하도록 돼 있다. 직접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에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고 있지만 간접투자상품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일 때는 규정을 지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1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임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랩어카운트 등 간접투자상품에 가입할 경우 '삼성 임원임을 밝힐 것'을 지시했다. 간접상품 가입시 삼성 임원임을 사전에 명확히 고지해 자산 운용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 등이 이뤄질 경우 이를 통보해달라고 요청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사주 매입에 따른 관련 규정 위반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A회사 모 임원은 요즘 전전긍긍이다. 랩어카운트 상품에 가입했는데 운용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매입하고 6개월 이전에 팔아버린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이 임원은 운용사에 전화를 걸어 "자사주 매입인데 마음대로 팔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운용사로써는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운용사의 경우 랩어카운트에 가입한 모 임원이 A회사 임원인지 파악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A사 임원도 일반 투자자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한마디로 운용사 입장에서는 A사 임원을 고려, 투자를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용사가 임의로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투자자인 회사 임원에 일일이 공지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다"며 "그렇다 보니 임원 입장에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시의무 등 관련 규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처럼 '간접투자상품 가입시 사전 신분확인'을 주지시키는 기업들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어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사전에 임원들의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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