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4월 15일] 아무도 만족못하는 식품안전규정
생활산업부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최근 ‘생쥐깡’과 ‘칼날참치’ 등 잇단 이물질 사고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머리카락ㆍ쇠붙이ㆍ지렁이ㆍ플라스틱 등 그 수조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이물질들이 식품에서 발견되는 사고가 연일 터져나오면서 식품업체 소비자상담실의 전화는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대부분 평소보다 서너 배 이상 많은 이물질 발견 제보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왜 요즘 들어 이물질이 든 불량식품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을까. 물론 실제로 이물질이 발견된 제보도 있겠지만 이들 제보전화의 상당수는 소비자 착오로 인한 제보 또는 금전적 보상을 노린 허위제보가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전화가 올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다반사다.
식품업체 관계자들이 더욱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이물질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피해보상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를 이물질로 볼 것인지에 대한 규정도 없고 제조공정에서 들어간 이물질과 유통과정상에서 발생한 이물질의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명확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 파프리카 25g당 설치류의 털 11개 이상, 곤충류 작은 조각 75개 이상, 곰팡이 20% 이상이 나올 경우 행정조치를 취하는 등 실험을 통해 인간에게 위험을 주는 이물질의 크기나 무게 등을 철저히 규명해 명시하고 있다.
또 현재의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을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따르면 이물질이 발견됐을 시 소비자 신체에 탈이 나지 않는 한 환불 또는 1대1 현물교환만 가능하게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불이나 1대1 현물교환만으로 끝나는 사례가 거의 없다보니 결국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소비자와 현행 보상규정을 따라야 하는 제조업체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혐의 판결이 난 공업용 우지 사건과 쓰레기 만두소 사건은 물론 기생충알 김치 파동과 생쥐깡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수많은 식품안전 사고가 터져나왔는데도 식품안전 및 소비자피해보상 규정은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이제라도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할 때다. 불량식품으로 인한 피해와 그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까지 결국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