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쌍용그룹:7/하노이센터 막바지공사(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아픔」 간직 교도소 자리에 25층 상업빌딩/베트남 개방상징물 짓는다/초기 “적자 불보듯” 시공 걱정… 신공법·비용절감 한마음 끝내 흑자로요즘 베트남의 하늘은 별로 밝지 못하다. 우리나라보다 한발 빠른 베트남의 계절은 늦봄만 되면 연일 짙은 구름이 끼어있고 사흘이 멀다하고 비가 내린다. 우중충한 하늘은 하노이 시민들의 활기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호치민시가 화려한 연꽃이라면 하노이시는 수국이다. 수줍은 듯하면서도 타고난 자태를 자랑하는 데는 물러설 기색이 없다. 호치민시는 화려한 호텔과 해외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돈이 넘쳐나고 새로운 건물들이 우후죽순 처럼 돋아나 풍요로움을 뽑낸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하노이는 공산국가 베트남의 수도로서 세계최강 미국을 이긴 나라라는 자존심을 간직한 채 묵묵히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하노이시도 이런 정신속에 최근들어 변화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시내 여기저기에 20층이 넘는 빌딩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을 비롯 갖가지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중심가에 도열하기 시작했다. 곽경식 쌍용건설 베트남 하노이센터 현장소장은 『그동안 베트남 정부가 펼친 개방의 성과는 호치민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불과 수년전부터 수도인 하노이가 본격적인 개발기에 들어섰다』고 설명한다. 쌍용건설이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하노이센터 건설공사는 이같은 하노이의 변화를 상징하는 건물의 하나다. 하이바트룽가에 건설되는 이 건물은 하노이의 최고높이인 지상 25층짜리로 오는 7월이면 완공된다. 곽소장을 비롯해 4명의 쌍용맨들이 지난 95년부터 각고의 노력으로 2년여만에 거두는 결실이다. 연면적 1만5천평 규모에 25층짜리 호텔·아파트, 13층짜리 사무실과 4층짜리 포디움(아케이드형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 이 건물은 한마디로 베트남 개방정책의 산물이며 상징으로 통하고 있다. 이 건물의 상징성은 빌딩의 높이가 현재 호치민시에 건설되는 건물중 최고층이라는 점이다. 인근 호주의 트랜스필드사가 20층짜리 건물을 착공, 이 건물과 키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적어도 5층 정도의 차이가 난다. 이처럼 큰 상업용 빌딩이 건설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지역의 외국투자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의미는 이 지역이 소위 「하노이힐튼」으로 불렸던 역사와 관련되어 있다. 본래 이 자리는 우리나라에 비교하면 서대문형무소와 같은 유서깊은 교도소 부지다. 프랑스 식민시대에는 독립투사들이 투옥됐다. 베트남의 지도자 도 무오이 총서기장도 이곳 신세를 졌다. 이곳은 또 베트남 전쟁당시 한차례 유명해졌다. 포로로 잡힌 미군장교들이 이곳을 「하노이힐튼」이라고 불렀지만 베트남국민들은 승전을 상징하는 성지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이 교도소를 이전하고 대신 하노이 최대 건물을 짓는 공사에 대해 호치민 시민이 갖는 관심은 놀라울 정도다. 과거의 유물인 교도소를 헐고 미래를 상징하는 고층건물을 짓는 것은 바로 베트남의 개방시대를 열고 있음을 뜻한다. 쌍용이 여기 빌딩공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4월. 이지역 개발권을 따낸 싱가포르의 리앙코트사가 부친베트남내 최초 국제입찰에서 쌍용은 일본의 시미지사, 홍콩의 가몬사, 호주의 트랜스필드사 등 세계 유수의 건설업체들과 입찰경쟁을 벌였다. 4천2백만달러라는 계약금액으로 이 공사를 수주했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발주자가 설계는 물론 이용할 모든 건자재를 미리 정해놓고 있었다. 건설업계에서도 이런 공사는 「적자가 뻔한 공사」라고 평한다. 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김석준 회장 조차 『적자만 면하면 다행인 공사다. 완벽한 시공으로 이 지역에서 쌍용의 명성을 사도록 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전망은 불투명했다. 더구나 수주를 한 뒤에도 베트남 정부는 교도소이전에 늑장을 부려 공사기간 단축이 생명인 건설사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하지만 쌍용은 풍부한 해외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적자사업을 흑자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곽소장은 『모든 종류의 해외공사를 해본 쌍용의 노하우가 큰 힘이됐다』고 설명한다. 쌍용은 이익이 뻔한 이 공사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경비절감을 시도했다. 우선 손을 댄 것은 설계변경이었다. 완공이후 발주자나 이 건물을 이용할 사람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설계안을 마련, 발주자를 설득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 건물에 채택한 내진설계다. 곽소장은 『일본 고베지진이 발생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공사를 수주, 발주처가 이 사건 때문에 내진설계를 요구했다』고 설명한다. 막상 발주자가 만든 설계도는 내진설계를 강조한 탓에 철근사용량이 엄청났다. 쌍용은 이같은 설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긴철근을 이용, 3개층마다 한번씩 잇도록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철근사용량을 줄이는 한편 오히려 하중을 줄이는 등 건물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천장부문의 미장을 「벤토닛」이라는 치장처리를 제시, 미장공사로 인해 줄어드는 공간을 넓히고 쌍용은 미장공사비를 절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공사. 이 지역의 토질이 암반이 없는 모래층이었기 때문에 지하 50m까지 파일을 박아야 할 정도로 지반이 좋지 않았다. 이에 따라 콘크리트파일을 박는 대신 지하 50m까지 굴착한 뒤 지반경화제와 함께 철근과 콘크리트를 부어 파일을 만드는 보파일공법을 채택했다. 또 설계도상에 있는 원형기둥을 가능한한 철제 폼(형틀제)으로 대체하고 옹벽에는 26m짜리 갱폼을 도입하는 등 생소한 여러가지 폼을 채택하고 각종 시공방식을 시스템화해 건설인부들이 쉽게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신공법들이 알려지자 현지건설업체와 대학에서 현장을 견학할 정도였다. 『이런 노력으로 보통 한층을 올리는데 보름정도 걸리지만 우리는 5∼6일으로 줄였다』는게 곽소장의 설명이다. 이런 노력들은 당초 「적자를 면하는 다행」이라던 우려를 완전 불식시켰다. 곽소장은 『이 공사에서 얻은 이익을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한 흑자를 보았다』고 말한다. 흑자 시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공사로 해서 얻게된 쌍용에 대한 신뢰. 공사기간 동안 틈만나면 베트남정부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 쌍용의 시공능력에 감탄했다. 이 덕분에 쌍용은 베트남 전력청이 발주한 다미수력발전소(1백72㎿급)공사 등 3개를 더 수주하게 됐다. 김석준 회장의 당부대로 흑자도 달성하고 명성도 얻은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쌍용건설이 한국에서 가장 큰 건설업체로 알고 있다』는 그들의 자랑에서 쌍용이 디딘 거대한 발자욱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하노이(베트남)=문주용> ◎인터뷰/곽경식 베트남 하노이센터 현장소장/“철저한 감독·납기내 완공 최선… 동남아서 신뢰받는 업체 인정” 『베트남 처럼 전문기술자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현장 관리·감독을 얼마나 철처히 하느냐가 사업성공의 관건입니다.』 외국업체 가운데 베트남에서 대형공사를 가장 많이 맡게된 이유에 대해 쌍용건설 곽경식 베트남하노이센터 건설소장의 답변은 간결했다. 『철저한 관리와 감독만이 성실하고 납기내 시공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는 쌍용건설에서 처음으로 두개 이상의 해외공사를 겸직하는 현장소장이다. 인근 웨스트레이크 인터내셔널호텔 건설공사도 맡고 있는 그는 해외건설공사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다. 『흔히 고객은 왕이라고 하지 않지않습니까. 우리는 회사차원에서 고객만족을 위한 운영지침을 마련, 적기에 발주처에 건물을 인도하고 마무리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을 요구합니다.』 이같은 운영지침을 철저히 지킨 결과 발주처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었고 이것이 오늘날 쌍용을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최고의 건설업체로 인정받게 된 계기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동남아에서 보이는 쌍용의 독주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그는 김석준 쌍용그룹회장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한다. 김회장이 건설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설날이든 추석이든간에 명절때는 항상 해외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사주가 직접 건설현장을 방문하니까 건설현장 직원들의 사기는 말할 것도 없고 발주처에서조차 고마와 했다. 이처럼 사주의 현장경영이 발주자에게 강한 신뢰를 갖도록해 오늘날의 성과를 올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의 풍부한 건설경험도 중요하다. 『건설사업의 노하우가 쌓이면 까다로운 발주자의 요구를 한발 앞서 짚어 이를 이윤극대화로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그의 확고한 믿음이다.

관련기사



문주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