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출산 파업

출산 파업은 '베이비 스트라이크'라는 말에서 나왔다. 여권운동가들이 출산을 거부하는 운동(파업)을 전략적으로 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고착한 용어이다. 미국 여성학 교수 로라 퍼디는 점진적인 출산 파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다음과 같이 이끌어 낸다. 여성은 통상적으로 아기를 출산하고 양육하기를 계속하는 한 남녀평등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여성이 무시 못할 아기의 요구에 모든 시간과 정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면 성차별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자기 존엄성을 추구할 수 있겠는가. 육아의 직무를 완수하면서 공적 직무 영역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초능력 여성(수퍼우먼) 뿐이다. 진보적 좌파도 이론적으로는 여성의 권익을 말한다. 그러나 여성이 지위향상을 위해 실제적 싸움을 펼 때는 막상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전투적인 극우파가 중도 자유주의파와 함께 여성 생태학 결정론을 내세워 가족 제일주의를 고취하면 무력한 모습을 들어낸다. 결국 여성의 자각에 따른 출산 중지 압력만이 현실의 허구를 벗기는데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제안이 몽상적이고 우스꽝스럽다고 웃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냉철한 이성은 여성 평등을 성취하는데 실현 가능한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한다. 출산 스트라이크는 위험이 따르는 어려운 방법이다. 그렇더라도 완만하고 간접적인 전략으로 스트라이크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출산 스트라이크는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요지이다. 한국 여성들도 출산 파업을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페미니즘 운동의 전략을 수행한 결과가 아니다. 종족 보존 보다는 내 생활을 즐기자는 생활 형태의 변화에 기인한 파업이다. 출산 파업에 따른 외동이 현상을 중산층 이기주의의 산물로 보는 사람도 있다. 2000년 현재 한국 기혼여성의 평균 자녀수는 2.5명. 연령대가 내려갈수록 평균 자녀수가 크게 줄어드는 추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기혼여성 연령별 평균 자녀수는 25∼29세가 1.1명, 30∼34세가 1.7명, 35∼39세가 1.9명, 40∼44세가 2.0명이다. 특히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형제가 사라지고 있는 지역이다. 25∼39세 기혼 여성을 보면 100명 가운데 15명은 자녀가 없고 29명은 형제가 없는 외동이를 기르는 셈이다. 두 자녀를 기르는 여성은 51명, 세 자녀를 기르는 여성은 5명이다. 한국형 출산 파업은 형제 없는 외동아이를 양산한다. 외동이의 사회성이 논의 대상으로 부각된다. 외동이 증가 현상은 혈연 문화의 퇴색을 예고한다. 안병찬(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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