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정한 게임규칙 선행돼야

시합을 공평하게 진행해야 할 심판이 다수 편에 선다면 과연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을까. 중앙선관위원회가 완전선거공영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확정했지만 기성정치권에 유리하게 돼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선관위 개정의견이 나오자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은 환영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반면 권영길 대선후보를 선출한 민주노동당은 강력 반발, 기성정당과 군소 정당간의 상이한 입장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미디어 중심 선거운동 지향 등 개정의견의 대강은 공감이 간다. 그러나 후보난립 방지를 이유로 대선 후보 기탁금을 현행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올린 부분 등은 신진정치세력의 진입장벽을 높였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는 것 같다. 9일 당장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대선 기탁금과 관련,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유종필 공보특보를 통해 "현행 5억원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닌데 20억원은 너무 많다"며 "진입장벽을 너무 높게 설정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선거공영제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자는 선관위 의견에 동의하지만 기탁금 20억원은 지나치게 많아 돈 많은 후보나 정당에만 유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개특위 위원장인 강재섭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관위의 선거공영제 확대는 찬성하나 후보 기탁금을 20억원으로 올린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후보 난립을 막고 국고보조비율상승에 맞춰 후보 본인 부담비율을 높인다는 선관위 입장에도 일리가 있으나 현행 5억원에서 400%나 인상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선관위가 개정의견을 확정하면서 정치적 현실과 바람직한 지향점 사이에서의 고심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당초 기대했던 개혁성보다 소수정당의 진입을 돈으로 막고 그들의 목소리마저 국민에게 알릴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다. 물론 완전공영제 아래서 자격미달 후보의 난립을 막아야 할 현실적 필요성은 인정하나 제한의 편의성에 무게를 두는 것은 소수자 보호 원칙에 어긋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지난 6ㆍ13지방선거에서 8.1%라는 득표율을 기록한 민노당의 선거활동을 기탁금으로 원천 봉쇄하는 우려마저도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정치관계법 개정은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공정하고 정당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규칙이 먼저 만들어 졌는지 등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기왕이면 실제 이번 대선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속력을 내야하고 특히 국민들이 개정안이 어떻게 요리되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 지도부들이 명심해야 할 때다. 양정록<정치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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