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테러가 세계경제의 방향을 가늠하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서의 선거가 1월 중에 치러져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요인이 되고 있으며, 미국 본토를 노리는 알 카에다 등 이슬람테러조직 등의 위협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동 산유국에서 대규모 테러사건이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는 다시 요동을 칠 수도 있다. 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테러가 발생하면 소비 및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려 갑작스런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알 카에다, 이라크 저항세력 등은 바로 이런 점을 노리고 지난해 내내 각종 테러를 자행했었다. 올해는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 중동지역 혼란의 발원지에서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어서 테러우려가 더욱 높다.
이라크 제헌의회 선거는 오는 30일 치러지며 275명의 의원을 뽑는데, 230여개 정당에서 6,300여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전체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 지도부가 주축이 된 ‘유나이티드 이라크연맹(UIA)’이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쿠르드계 정당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수니파 다수가 참여하지 않아 반쪽선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수니파의 선거 방해, 시아파 내부의 권력투쟁 등으로 선거가 피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다. 또 선거가 평화적으로 치러지더라도 정통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일 치러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선거도 변수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의 독주체제가 굳어지고 있지만 그가 야세르 아라파트만큼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대중적 기반이 없는 압바스 후보가 무장투쟁 포기,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 등 자신의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려면 최소 70%이상의 득표율을 얻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압바스가 테러 자제를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강경무장단체 하마스 등이 최근 이스라엘 공세를 재개한 데서 보듯 그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자치정부수반은 ‘허수아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작년 3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열차 폭탄테러 이후 서방국가에 대한 테러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오사마 빈 라덴이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 습격사건을 찬양하면서 미국과의 ‘성전(聖戰)’을 촉구하고 나섰고, 알 카에다의 미국본토 핵테러설이 제기되는 등 미국에 대한 테러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공립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히잡(머릿수건) 착용을 금지시킨 일로 이슬람 테러단체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는 반(反)이슬람 성향의 영화감독이 보복살해 당한 사건으로 국민감정이 악화돼 이슬람 사원 방화사건이 잇따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복테러 위협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도 테러 무풍지대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군사전략 부문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최근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미국과 긴밀한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과 한국도 이슬람 테러단체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