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에서 자동차용 고무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S사의 도 모(66) 사장은 요즘 심한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크게 지쳐있다. 원ㆍ엔 환율이 지난해 대비 20% 넘게 하락, 최근 100엔당 7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벌써 6개월째 적자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매출이 40억원 수준인 이 업체가 매월 손해보는 금액이 무려 3,500만원에 이를 정도다. 하도 답답하고 속타는 마음에 지난 주에는 뒤늦게 나마 환보험 가입을 의뢰하러 A 은행에 들렀지만 이미 보험 가입시기를 놓쳐 환 리스크 헷지가 안된다는 사실만 깨닫고 허탈하게 은행문을 나섰다. 도 사장은 "일본 자동차 업체는 환율 하락으로 앉아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도대체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환율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은 물론 일본정부에 압력이라도 넣어야 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현재 이 회사는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 계열의 자동차 업체에 연간 매출의 60%가량을 수출하고, 나머지는 현대차 등 내수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내수 부문은 지난 여름 현대차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재고가 많이 쌓여 수요가 예년보다 적은데다, 완성차 업체의 신차 개발 붐도 한풀 꺾이며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출혈수출을 하더라도 해법은 수출에서 찾아야 하기에 고충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원자재 수입은 일본으로부터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ㆍ엔화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혜는 없는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으로부터 직접 원자재를 수입하려고 하면 일본공급처에서 국내 수입 대리점을 통해서 가져가라고 요구한다"며 "국내 대리점에서는 환율 하락분을 가격에 반영해 주지 않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지금으로서 유일한 대응책은 기술개발로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아 도 사장의 가슴속은 말 그대로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어느정도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100엔당 900원선으로 환율 네고를 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요 자금도, 시간도 만만치 않은 현실이 도 사장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기술 수준이 낮은 신규 아이템의 경우는 환율 네고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태국 등 경쟁국가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탓이다. 도 사장은 "적자가 심해져 할 수 없이 은행권에서 담보대출 형태로 돈을 빌려 운영자금으로 긴급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출 중소기업은 이대로 가다간 대부분 1년을 못버티고 도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래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환율 안정을 위해 나서줘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