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프로골퍼들도 스코틀랜드의 브리티시 오픈이 열린 커누스티CC의 강한 바람과 깊은 벙커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마크 오메라조차 무려 12오버파 83타를 쳐 예선탈락의 위기에 놓일 정도다.이날 참가선수 156명의 평균 스트로크는 78.38타.
커누스티CC는 단 한명의 선수에게도 언더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말그대로 지옥같은 코스다. 호주의 로드니 팸플링(29)만이 유일하게 이븐파를 쳤을 뿐이다. 이게 가장 잘한 성적이다. 독일의 베른하르트 랑거와 미국의 스코트 던랩이 1타차로 팸플링을 추격하고 있다.
세계 톱랭커들은 이날 초속 9㎙를 오가는 강풍앞에 속수무책이었다. 파플레이는 매우 잘 한 것이었다. 1라운드를 18오버파 89타로 마친 스페인의 「희망」 세르지오 가르시아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심정의 한켠을 드러냈다.
바람에 겁을 먹은 프로들은 모두들 2~3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혹독한 자연조건도 인간의 대담성과 정교함에는 웃음을 보였다. 단독선두에 나선 무명의 팸플링. 그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과감하게 드라이빙 아이언을 잡았다. 거리는 다른 선수에 비해 더많이 났고, 정교함도 잃지 않았다. 퍼팅도 무리가 없었다. 9개 홀에서 퍼팅을 10회밖에 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퍼팅감각을 과시했다.
팸플링은 그 결과 11번홀까지 파세이브 행진을 펼쳤고, 12, 13번홀에서 보기와 버디를 번갈아 잡아낸 뒤 14번홀(파 5)에서 2온 1퍼트로 이글을 기록해 선두를 확보했다.
우승후보 「1순위」 타이거 우즈(24·미국)는 3오버파 74타로 공동 11위에 머물렀고, 세계랭킹 2위 데이비드 듀발은 8오버파 79타로 공동 83위, 지난해 우승자 마크 오메라는 12오버파 83타로 공동 142위를 기록해 예선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 대회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도전장을 낸 한국의 최경주(29·슈페리어 소속)는 5오버파 76타를 쳐 그레그 노먼, 톰 레먼 등과 공동 37위를 기록해 예선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함께 출전한 김종덕은 12오버파 83타로 공동 142위로 처져 본선진출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최창호기자CH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