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20일] 소비자 무시하는 애플 AS정책

직장인 이승석(33)씨는 최근 쓰던 아이폰이 고장나 수리를 맡겼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제품 본체의 버튼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중고부품을 활용한 리퍼폰으로 교체를 요구했지만 29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수리를 맡은 직원은 "애플 규정에 따라 소비자 과실로 처리되기 때문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용산에 있는 사설 수리점에서는 5만원에 버튼만 교체할 수 있다"고 권했다. 이씨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도 억울한데 사설 수리점을 방문하라는 얘기에 말문이 막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논란의 발단은 애플이 고집하는 AS 정책에 있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아이폰3GS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부분수리가 아닌 리퍼폰 교체를 고집해왔다. 리퍼폰은 수리를 마친 제품의 일부 칩셋을 재활용한 것으로 액정화면과 배터리ㆍ케이스 등은 새 부품을 활용한다. 하지만 소비자 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수리비용이 최대 70만원에 달하는데다 수리기간도 길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랐다. 급기야 최근 이모(13)양은 애플의 AS 제도가 부당하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애플은 그동안 AS 논란에 대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제도여서 한국시장만 다른 정책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작 미국에서는 리퍼폰 정책이 호평을 받고 있어 한국 소비자들이 민감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런 애플이 이달 들어서 슬그머니 태도를 바꿨다. 기존 KT가 AS를 전국 60여개 협력업체로 이관하고 아이폰 부품 가운데 강화유리와 카메라ㆍ모터에 한해 부분수리를 해준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시장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글로벌 정책이어서 변경할 수 없다는 애플의 설명과 달리 중국에서는 무상수리와 교환은 물론 환불까지 제공한다. 보증기간 1년 이내에 무상수리를 해주는 것은 물론 유상수리도 부품비와 공임비를 합친 최소한의 비용에 가능하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애플의 무성의한 태도와 공정위의 소극적인 자세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일개 기업의 AS 정책을 두고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많고 모양새도 마뜩하지 않다. 아이폰은 국내에 130만여대가 팔렸다. 아이폰에 열광하는 애플 마니아들이 정작 AS에 침묵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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