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리·만기 불문… 빌려만 달라”/금융기관 「해외차입」 실상

◎눈덩이 부실채권 대외신용도 추락/비용 0.7%P 폭등… “그나마 다행”/한보 등 부도관련은 아예 차입 중단 연초부터 연이어 금융계를 강타한 대형부도와 진로그룹의 자금악화로 인해 국내 금융기관들이 부실채권의 급증과 그에 따른 신용리스크 증대로 국제금융시장의 투자가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더욱이 남북관계의 악화로 인한 외국금융기관의 대한국투자 기피현상까지 합쳐져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 중장기 차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 처해있다. 부실여신이 많은 일부 은행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고 은행에 비해 신용도가 떨어지는 대부분의 종금사들도 자금조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가신용도와 같은 적용을 받는 국책은행들의 차입금리도 연초에 비해 다소 상승, 한국의 국가신인도에 대한 국제적 평가도 예전같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투자가들은 신용리스크가 큰 장기물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은 단기물 투자를 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악성단기외채가 늘어 전반적인 외채구조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들어서는 국제금리가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해외차입여건의 악화와 함께 차입금리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실정이다.  연이은 부도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늘어남에 따라 해외투자가들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보유규모를 중요한 투자결정요인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조건 차별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잇달은 대형부도로 만신창이가 된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여건을 부문별로 짚어본다.  ◇해외차입금리의 급등=연초만해도 3년이상의 장기외화차입에 있어서 국내 간판급 시중은행의 차입금리는 리보(런던은행간 대출금리)에 0.25%포인트 가량 더한 수준으로 형성됐다. 그러나 한보부도이후 차입금리가 급등하면서 2월초에는 이보다 거의 0.1%포인트 가까이 치솟았고 삼미부도와 진로그룹의 부도위기로 지난 5월초에는 은행에 따라 적게는 0.5%포인트에서 많게는 0.7%포인트까지 가산금리가 폭등했다. 그나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은행은 다행인 셈. 부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은행들은 자금조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이같은 해외투자가들의 한국계 금융기관 기피현상은 국가 신인도와 동일한 적용을 받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차입금리까지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이 한국에 대한 국가신인도를 하향조정한 바는 없지만 이들 국책은행의 장기조달금리는 연초에 비해 가산금리가 0.1%포인트가량 높게 형성되고 있다. 국가의 신용리스크가 실질적으로 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제금리상승에 따른 금리부담 가중=한국계 기관들은 해외차입 가산금리의 급등과 더불어 국제금융시장에서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외화조달 비용부담이 더욱 무거워졌다. 미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인플레 우려로 지난 3월25일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데 이어 이달중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국제금리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리보의 경우 지난 3월초까지만 해도 3개월물이 연 5.54%였으나 이달초에는 연 5.82%까지 치솟았다. 대부분의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차입금리를 리보에 연동시키기 때문에 리보금리의 상승은 곧 차입금리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지난 3월초보다 0.3%포인트 이상의 「코리안 프리미엄」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융기관들은 리보금리의 상승으로 지난 3월초에 비해 총 0.7%이상의 차입금리부담을 지게 됐다.  ◇차입금 단기화 경향=연이은 대형부도로 해외투자가들의 대한국장기물에 대한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부실화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에서 한국물에 대한 장기투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3년이상 장기물의 경우 가산금리가 급등한데 머무르지 않고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금융기관은 아예 차입 자체가 어려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만기 1년의 단기물 조차도 가산금리가 크게 올라 국내 금융기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근근히 자금을 메워가고 있으며 신용도가 떨어지는 일부 종금사나 리스사들은 금리·기간을 불문하고 차주를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외화차입 만기구조의 단기화는 결국 우리나라 외채구조의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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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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