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근본적 고민 필요한 전월세 대책


28일 정부의 부동산대책의 대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지고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매매시장 활성화, 전월세에 대한 금융 및 세제지원 강화 등이 골격이다. 여기에 매입후 임대 및 임대후 재임대 등 다양한 '잔수'까지 포함돼 있어 그야말로 정책의 백화점을 방불케 하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임대계약갱신 청구권 및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그리고 극단적 시장론자들이 주장하는 분양가 상한제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폐지 등을 제외하고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쓰는 듯한 형국이다.

그럼 이제 살림살이는 조금 나아질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정책의 홍수 속에서 부동산정책과 거시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월세로 이동 시장변화 대응 미흡

우선 주택매매가격을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제시가 없다. 세입자들이 매매를 외면하고 전세로 전환하는 이유는 주택가격에 대한 하락전망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만 보면 매매 활성화가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택가격의 장기적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빚을 왕창 떠안고 주택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은 '사탕발림'정책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도 명약관화하다.


정부는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경제구조도 거기에 적응해갈 수 있다. 정부는 다만 주택가격의 급속한 하락을 방지하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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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실책은 임대 시장의 향후 구조에 대해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이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장기적으로 전세를 월세로 유도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전세입자와 월세입자를 모두 금융 및 세제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기조와 이번 정책은 일치하지 않는다. 더구나 월세 시장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세 탈출시의 보호장치와 월세 정착시의 보호장치를 모두 제도적으로 구비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월세입자 보호 장치마련 서둘러야

우선 월세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외국에서는 대략 몇 달치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고 입주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몇 년치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고 입주한다. 또 집주인의 횡포로부터 세입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문제와 월세의 연체, 미납에 대한 집주인의 권리 보호 문제가 아직 균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임대계약의 체결과 갱신, 가격인상, 권리보호와 분쟁 조정 등에 관한 종합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세탈출과 관련해서 임차보증금 반환에 대한 법률적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새로 들어올 사람이 월세입자이고 그 보증금이 몇 달치 월세에 불과할 정도라면 집주인은 상당한 유동성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은행 대출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전세의 월세로의 전환은 시작부터 암초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지금 수많은 전세입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라는 매우 변칙적이고 불완전한 방법이다. 그런데 깡통주택이 생기고 전세와 월세가 뒤섞여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이 보호장치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세입자가 공인 전세계약서만을 이용해서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전세권을 설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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