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경기 후행지표로 꼽히는 고용지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였다.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만명 이상 증가했고 실업률은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상반기 때의 경기회복세가 하반기 고용시장에 크게 반영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같은 고용 훈풍이 지속될지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실업률 하락이 인구주택총조사(인구센서스) 에 따른 일회성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무엇보다 하반기 들어 주춤하기 시작한 경기가 내년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실업률, 올 들어 연중 최저치=15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취업자 수는 2,410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만3,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전년 동월비)은 지난 9월 추석 명절의 영향으로 24만9,000명으로 반작 감소했다 이후 2개월 연속 3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자 수는 7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2,000명 줄었다. 실업자 수가 70만명대로 내려온 것은 5월(79만3,000명) 이후 6개월 만이고 2008년 10월(73만6,000명)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3%로 올 들어서는 물론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청년실업률(15~29세)이 6.4%로 전년 동월 대비 1.3%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민간부문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 가장 반갑다. 제조업은 28만4,000명,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는 15만7,000명 각각 늘어난 반면 공공행정 분야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만9,000명 줄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민간 고용이 늘어나면서 고용시장이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12월에도 취업자가 30만명 정도 늘어나면서 현재와 같은 고용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측은 "전년과 대비해 정부가 일자리를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보건 및 사회복지 등 공공행정 이외 부문에서 고용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서스 효과' 언제까지 지속될까=그러나 이 같은 고용 훈풍이 계속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11월 실업률이 크게 하락한 것은 인구센서스 발령 대기자 채용에 따른 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이 5년에 한 번 실시하는 인구센서스에 올해는 총 11만6,000명의 조사요원이 참여했다. 그만큼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실업자 수는 감소하는 '센서스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11월 취업자 증가폭은 20만명 중후반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반기 들어 나타나고 있는 경기둔화는 내년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산업지표인 10월 광공업생산이 전월 대비 4.2% 감소하면서 22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향후 경기를 가늠하게 하는 경기선행지수도 1.5%포인트 하락해 10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정부 스스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증폭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가 5% 내외의 성장세를 거둘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국내외 싱크탱크는 모두 4%대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 가동률이 고점을 찍었고 산업생산도 내림세로 돌아선 만큼 경기가 정점을 찍은 것이 확인됐고 이 같은 모습이 내년 중 고용지표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서민층과 청년층의 고용 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은 만큼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꼽고 있다"며 "재정 일자리 55만5,000개 창출을 비롯해 고용창출기업 세제혜택 등 다양한 고용지원책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