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침체 예상보다 심각" 부양 선회

■ 콜금리 추가인하 배경한국은행이 9일 콜금리를 지난 7월에 이어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기로 한 것은 실물경기의 하강세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 이날 금리인하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통화(금리인하), 재정정책(재정지출확대, 감세)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경기부양으로 확실히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의 콜금리 인하로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 추가 인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 경기 침체 예상보다 심각하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3ㆍ4분기는 제쳐두더라도 곧 발표될 2ㆍ4분기 지표가 당초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지난해 4ㆍ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하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반도체 수출 부진 등으로 6월 산업생산이 32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7월 수출이 5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실물경기의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회복여부도 알 수 없는 상태며 일본 및 유럽연합(EU) 등 다른 선진국 경제 역시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부진이 동남아 및 남미지역으로 점차 확산되며 세계경제의 동반부진현상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경기인식을 바탕으로 금융통화위원회는 콜금리 인하와 함께 유동성조절 대출금리를 4.5%에서 4.25%로 인하,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에 화답했다. ◆ 경제정책 경기부양으로 확실히 선회=한은은 ‘물가 안정’이라는 고유의 업무 때문에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재정경제부 등 정부부처에 비해 보수적이다. 그러나 금통위가 7월에 이어 8월에도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로 한 것은 한은이 보기에도 현재의 경기국면이 잠재성장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이날 금통위도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경기부양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금리인하에 반대한 금통위원들은 우리경제가 대외여건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미국ㆍ일본의 경기회복이 전제되지 않으면 금리를 인하해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지나친 저금리 때문에 금융권에만 돈이 몰리고 실물로 연결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다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금리생활자의 고통, 부동산 가격 등 일부 물가불안 우려도 제기됐지만 결국 경기회복이 최우선이라는 데 금통위의 의견이 모아졌다. 전 총재는 특히 물가불안 우려에 대해 “소비자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일부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대한 우려는 있으나 환율이 안정세고 임금상승세도 5% 내외로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물가불안도 총수요 감소와 함께 하반기에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통위는 또 이날 콜 금리를 인상하면서 이례적으로 “재정면에서도 경기부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정부측에 주문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콜 금리인하가 시차를 두고 4ㆍ4분기께 구체적인 경기진작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한다. ◆ 예금금리 추가 인하 불가피 최근 예금금리가 4%대까지 떨어지는 등 계속돼왔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이번 콜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권의 예금금리 추가 인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권의 금리인하를 선도하고 있는 주택은행은 다음주 중 1년 이내 정기예금 위주로 0.3%포인트 정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택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고시금리 기준)는 4.9%에서 4.6%가 된다. 주택은행측은 7월 콜금리 인하 이후 금융채ㆍ국고채 등 실세금리가 0.3%포인트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 예금 금리가 실세금리에 탄력적으로 연동하도록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시장금리 하락세와 선도은행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금리인하를 단행할 예정이어서 추가 금리인하는 전은행권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콜 금리 인하가 시장에 반영되고 선도 은행쪽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자금운용에 어려움이 있는 이상 나머지 은행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신금리는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금리 연동대출이 많아 자동적으로 금리인하 효과가 반영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이번 콜금리 인하로 우량기업에 대한 여신금리 운용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계획이지만 우대금리 인하 등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온종훈기자 최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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