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사실상 전면파업…이달 물량도 못대

여론 의식 '무늬만 부분파업' 손실 눈덩이<br>사태 장기화땐 선적부두 입항일정도 못잡아<br>재계 "산업 전반 임금협상에 악영향" 우려


“환율과 고유가 등 경영악재와 비자금 사건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해외수출 중단까지 장기화될 경우 회사경영은 사실상 ‘그로기’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 한국의 대표적 ‘수출 메이커’인 현대차의 수출중단은 회사 차원의 신인도 하락을 넘어 국가경제적으로도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현대차 외에 기아차와 쌍용차ㆍGM대우 등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까지 파업대열에 가세하면서 전체 산업은 물론 대외적으로 미치는 파장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의 성장엔진인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용불량자’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물량부족에 운반선도 돌아간다=현대차는 장기 파업에 따른 완성차 수출물량 부족으로 19일 울산항 선적부두에서 마지막 수출차를 선적한 후 주말인 23일까지의 선적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또 같은 날 아산항에서도 200대의 수출물량 선적을 끝으로 선적부두가 텅 비었으며 인근 평택항 역시 배에 실을 물량이 없어 선적을 전면 중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7월 수출물량 및 계획을 국가별로 잡아놓고 있었으나 현재로선 더이상 배에 실을 물량이 없다”며 “사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자동차 전용선의 선적부두 입항일정을 잡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 들어 환율 등 대외 경영여건의 악화와 검찰의 비자금 사건 수사 등의 여파로 북미 및 유럽 지역의 수출목표를 당초보다 각각 10%와 8% 낮춘 상태에서 이번 노조파업 사태로 수출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무늬만 부분파업’ 내걸었다=현대차는 지난 87년 노조설립 이후 19년째 이어진 파업으로 차량 100만대, 금액으로는 10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해 해외로 수출한 물량(113만대)을 넘어서는 규모다. 올 들어서도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4주째 이어진 사실상의 전면파업 여파로 생산차질 7만4,611대와 매출손실 1조306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노조의 부분파업에도 불구하고 파업피해가 이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은 노조가 내용적으로는 사실상 전면파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19일만 해도 노조는 주간조 6시간 부분파업과 야간조 전면파업으로 6,051대의 생산손실과 816억원의 매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전면파업 강행시 잇따를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무늬만 부분’인 사실상의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협력업체는 물론 고객들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외에 기아차도 노조가 18일부터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지금까지 642대의 생산차질과 98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으며 쌍용차와 GM대우도 노조의 부분파업 여파로 각각 1,700여대, 2,200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노조, 경제주체 역할 포기’ 비판=재계는 자동차 노조의 이 같은 파업 장기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유ㆍ화학 등 주요 업종의 임금교섭이 원만히 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산업인 자동차업계의 임단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전체 산업 임금협상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총은 19일 발표한 ‘최근 임금교섭 특징 및 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완성차 4사의 10%에 육박하는 임금인상, 호봉제 도입 등의 요구는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여론 조성용이거나 시대 역행적 주장”이라면서 “특히 최고 수준의 복리후생을 보장받고 있으면서도 상여금 확대, 각종 수당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이들 요구가 수용된다면 산업ㆍ기업 규모간 양극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이와 함께 “현대ㆍ기아ㆍ쌍용 등 차 3사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할 경우 하루 손실액 1,599억원, 손실대수 1만480대의 피해가 생긴다”며 “열흘간의 전면파업만으로도 지난해 전체산업 생산차질액인 1조2,899억원을 넘는 1조5,99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차업계 등 일부 고임금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임금교섭 행태는 우리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한 축으로서의 노조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며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기업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임금인상 요구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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