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8월5일] 벤츠 부인의 모험


깊은 잠에 빠져든 남편 카를 벤츠를 확인한 벤츠 부인(Bertha Bentz)이 조용히 밖으로 나와 두 아들 유겐(15세), 리하르트(13세)와 함께 창고로 향했다. 세 모자는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조심스레 끌어냈다. 집에서 한참 멀어졌을 때 그들은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목적지는 그의 친정인 포츠하임. 왜 도둑처럼 새벽에 집을 빠져나왔을까. 장거리 시운전을 위해서다. 남편 카를이 조심스럽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탓에 자동차를 발명한 뒤 특허까지 따내고도 2년 반 동안 개량과 시운전만 계속하자 가족이 모험에 나선 것이다. 포장도로는 물론 마찻길마저 변변치 않던 시절, 106㎞나 떨어진 포츠하임까지의 여정에는 무수한 난관이 따랐다. 벤츠의 삼륜차는 수없이 멈췄다. 휘발유와 냉각수가 떨어지고 체인과 브레이크용 가죽도 끊어졌다. 먼지 탓에 노즐도 막혔지만 개울물에서 망치ㆍ헤어핀ㆍ스타킹까지 동원한 응급처치 덕분에 차는 굴러갈 수 있었다. 날이 저물고야 친정에 겨우 도달했을 때 벤츠 부인은 먼지와 기름으로 뒤범벅됐지만 기쁜 마음으로 남편에게 전보를 쳤다. ‘성공! 도착했음.’ 밤새워 처가로 달려온 카를은 멀쩡히 굴러다니는 차를 보고 강한 자신감을 가졌다. ‘연약한 여자와 아이들의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 사흘 후 네 사람이 집에 돌아왔을 때 벤츠 부인은 남편에게 ‘출력 향상, 브레이크 가죽 보강, 핸들 유연화’라는 개선사항까지 내밀었다. 벤츠 부인(당시 39세)이 모험에 나섰던 1888년 8월5일을 독일인들은 자랑스럽게 기억한다. 기념 조형물이 세워지고 120주년을 맞아 올 초 교명을 ‘베르타 벤츠 스쿨’로 바꾼 학교도 있다. 카를 벤츠보다 그의 아내가 더 유명해지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