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외국인 은행 소유길 열렸다

◎지분한도 상향·외국인 차별철폐 파장/정부,후순위채 등 인수 “폐쇄는 방치안해”/“부실은 조기퇴출” 미·IMF와 갈등 소지정부가 지난 12일 김영삼 대통령이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은행의 후순위채 인수 및 증자참여 등을 통해 모든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를 충족시키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는 정부주도로 일단 모든 은행을 살리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다. 같은 날 저녁 임창렬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관훈클럽 토론에서 현재 4%로 묶여 있는 내국인의 은행주식 소유지분한도를 대폭 상향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임부총리는 또 국내 은행 인수·합병(M&A)에 내·외국인 차별을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바로 정부주도에 의한 은행산업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임을 의미하며, 재벌과 외국인도 국내은행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중 상당수 은행들이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정부의 「안배」에 의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임부총리의 관훈클럽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은행소유지분한도의 완화와 비록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정부가 현물출자한 제일, 서울은행 가운데 한 곳은 외국인에 매각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주도의 은행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소한 재벌과 외국금융기관이 각각 1개 이상의 대형은행을 소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이번 은행지원 조치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대규모 부실요인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을 경우 생존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정부지원의 일차 지원방안은 은행이 후순위채를 발행, 연기금이 보유한 국공채와 교환하고 안정적인 국공채와 후순위채간의 금리차를 은행이 지급하는 내용이다. 현재 22개 은행이 4조원규모의 후순위채를 대략 만기 5년의 조건으로 발행하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이를 전액 소화시킨다는 복안이다. 후순위채는 예금주 등 다른 채권자들이 채권을 모두 상환받은 뒤에야 상환권리를 보장받는 채권으로 BIS비율산정시 자본금처럼 인정된다. 정부는 또 증자를 원하는 모든 시중은행의 증자에 참여키로 했다. 발표에는 제외돼 있으나 정부는 통합금융감독기구가 은행지분을 취득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은행들이 자력갱생을 할 경우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특단의 자구대책이 없는 한 자력갱생할 은행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내 은행들은 IMF와의 합의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주식평가손을 전액 반영해야 하며 대손충당금도 기준을 강화해 전부 쌓아야 한다. 앞으로 대형 부실여신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또 지원시 대출축소를 통해 자금경색을 심화시킨 은행은 배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조치만으로 은행들의 생존이 완전히 보장되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경제가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부실금융기관을 살리지 말고 조기에 퇴출시키라는 압력도 미국 등을 중심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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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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