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범죄 발생 전에 범인 수부터 내놓나"

盧대통령, 공정거래위원회에 꾸지람<br>조사대상 확정도 전에 적발 목표치부터 보고해

“범죄 발생 전에 범인 수부터 확정(?)”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조사 대상이 확정되기도 전에 적발 목표치부터 내놓았다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꾸지람’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노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한 공정위는 올해 추진할 정책과제 성과지표로 불공정거래 적발 건수, 기업결합 차단금액, 시정 조치할 신문지국 수 등을 수치로 만들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정위가 올해 불공정거래행위로 적발할 기업 수는 141개, 독과점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결합을 허용하지 않을 건수는 금액으로 1,200억원, 경품 과다지급 등으로 시정조치를 내릴 신문지국 수는 240개이다. 한마디로 죄를 짓기도 전에 잡아넣을 범인 수부터 결정해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해당 실국에서 과거 통계를 추계한 후 올해 달성할 수 있는 성과지표로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업무보고를 들은 노 대통령은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잡아넣을 범인 수부터 내놓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해프닝은 올해의 성과를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요 경제부처들은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 담을 ‘성과목표’를 수치로 만들기 위해 크게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정위 또한 이 같은 딜레마에 빠져 억지로라도 손에 잡히는 ‘숫자’를 마련하려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