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관<무역협회 조사역>자본주의의 출현지인 유럽에서 지금 돈을 둘러싼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독일 마르크, 프랑스 프랑 등 유럽 12개국의 통화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해 1월1일부터 유로화의 통용에 들어가게 된다.
새로 찍어낸 유로화 지폐를 한줄로 쌓을 경우 높이가 에베레스트산의 150배를 웃돌고 동전은 에펠탑 무게의 100배에 버금간다. 유로화 현금을 각 지역으로 수송하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191만대의 트럭이 소요된다고 한다.
진정한 변화는 이런 외형적인 면이 아니다. 우선 유로화 참여국가간에 환전이 불필요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비용절감 효과가 400억DM(독일 마르크)에 이른다.
환전상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은행의 경영판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현지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역내 교역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유로화의 통용은 단순한 매개수단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제품과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를 가져와 유럽을 주요 수출시장의 하나로 삼는 우리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기업의 대응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무역업체들이 유로화 도입을 수출확대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마인드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로존이 세계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인 반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에서의 비중은 9% 내외다. 그러나 우리는 일부 국가에서 시장점유율이 1% 이하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단일시장 출범을 계기로 제품차별화와 유통진출 확대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추진한다면 시장확대 여지는 충분하다.
유로존은 앞으로 영국을 비롯해 동구권ㆍ지중해 연안국들을 끌어들이면서 회원국 28개, 인구 5.5억명, 국내총생산(GDP) 9.1조달러의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 된다. 우리가 내건 무역입국 성패를 좌우할 정도다.
유로화 통용에 따른 현지 경제통합의 가속화가 우리에게 보다 가까운 시장을 만들어주는 선물이 될지는 우리 무역업계의 마케팅 노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