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베정권 선거 끝나자 자중지란 조짐

소비세 인상·재정지출 감축 등 잠복해 있던 이견 수면위 표출<br>군사대국화 등 우경화 행보 야권은 물론 여당내서도 잡음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에 자중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잠복해 있던 당내 이견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수면 위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정권 내부의 갈등 기류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 계획을 둘러싼 논란에서 가장 뚜렷하게 감지된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장관들이 당초 계획대로 소비세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아베 총리의 경제고문들은 세율 인상의 폭과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경제 브레인'으로 꼽히는 혼다 에쓰로 내각 관방참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디플레이션에 젖어 있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마침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로 옮겨가는 매우 민감한 시기"라며 "이럴 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다면 매우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재정적자 부담을 덜기 위해 현행 5%인 소비세율을 내년 4월 8%, 2015년 10월에는 10%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안을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경제 부처들은 경제가 호전되고 있는 만큼 소비세 인상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혼다 내각 관방참여 등은 "재정 건전화보다는 디플레이션 탈출이 최우선 과제"라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지도 모를 소비세율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베 총리에게 소비세율을 해마다 1%포인트씩 5년에 걸쳐 인상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재정지출을 둘러싼 당정 간 불협화음도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재무성이 2014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공공사업 경비를 올해보다 10% 삭감하도록 각 부처에 요청한 데 대해 자민당의 와키 마사시 참의원 간사장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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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식과 군사강국화 등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에서도 잡음이 나기 시작했다. 앞서 아소 다로 부총리가 헌법을 개정할 때 "독일 나치의 개헌 수법을 배우면 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야권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다.

또 아베 총리가 서둘러 추진 중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서도 여당 내부에서 분열 조짐이 일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동맹국이 침략을 당하면 이를 자국에 대한 침략으로 보고 개입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한으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경우 가령 주한미군이 공격을 받으면 일본이 한반도로 자위대를 파견해 군사 개입을 할 수 있게 된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세력은 현재 헌법 해석상 금지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5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전날 NHK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내에 발표할 '신방위대강'에 집단적 자위권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자민당과 연립 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은 집단적 자위권이나 헌법 개정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초래하는 자민당의 우경화 행보와는 거리를 두는 입장이다. 공명당의 한 간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헌법 해석을 바꾸는 데는 10년 단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에서도 아베 총리의 의중대로 연내 헌법 해석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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