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치권의 선거구제 홍보 '직무유기'

‘1-가, 1-나, 2-가, 2-나…. 이 번호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다가오는 5·31 지방선거에서 시ㆍ군ㆍ구 등 기초의원을 뽑는 유권자들이 큰 혼동을 겪게 생겼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유독 기초의원 선거만 중선거구제로 바뀌었음에도 불구,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선거법에 따르면 기초의원의 경우 선거구별로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에서 2~4명씩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로 바뀌면서 한 정당이 각 선거구마다 복수의 후보를 낼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기호 1번인 열린우리당이 세 후보를 낼 경우, 후보들은 이름의 가나다순에 따라 1-가, 1-나, 1-다식으로 기호를 배정받는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의 잘못된 기표로 무효표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바뀐 기초의원 선거 방식을 잘 모르는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 후보자에게 복수로 기표하거나 아니면 각 정당별로 한 사람씩 안배하는 기표를 할 가능성이 많아진 것이다. 정작 정치권은 그동안 이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가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의 압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혹시 무효표가 많이 나와 당락이 뒤바뀌지 않을까 마지막 표 단속에 나섰다. 한나라당이 기초의원을 복수 공천한 지역은 서울 163개 선거구 중 143개 등 전국적으로 무려 65%를 넘는다. 열린우리당도 서울 28개 등 전국에서 40% 정도 복수 공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선거법 개정을 여야가 졸속으로 처리해놓고 그 뒷감당은 유권자에게 떠맡기는 꼴이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저 수준의 투표율이 예상되는 이유도 다 이런 연유일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정치권이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참고 넘어갈 수밖에. 유권자들이여, 이번 선거에서도 기초의원 투표는 소속 정당이 같더라도 꼭 한 사람에게만 투표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그 대신 가장 좋은 후보가 누구인가 잘 판단해서 ‘정신이 제대로 박힌’ 후보를 당선시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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