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완구는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니다

지난 1930년 피셔와 프라이스ㆍ슐레 세 사람이 장난감 공장을 세웠다. 그들이 만든 제품은 자연스러움과 높은 품질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완구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놀이연구소를 갖추고 있는 완구전문회사 피셔프라이스(Fisher-Price)의 시작이었다. 매년 1만개의 아이디어 중 오직 4%만이 23주의 공을 들인 후 피셔프라이스의 상표를 달 수 있다. 완벽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수천 번의 다양한 시험과 검사를 거쳐 제품을 완성한다. `철저함과 축적된 노하우`, 그것이 바로 74년째 세계 최고의 장난감을 만들어내고 있는 피셔프라이스의 원동력이다. 주말의 가족 쇼핑에서 완구코너는 아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지금 한창 유행 중인 TV 캐릭터에서부터 인형ㆍ로봇ㆍ자동차ㆍ봉제ㆍ승용ㆍ교육완구 등에 이르기까지 완구의 종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또 완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크다. 완구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중요한 것들을 많이 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인식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완구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매개체이고 연령ㆍ성별에 맞는 완구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완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업체들 역시 교육적이면서도 안전하고, 재미있으면서도 튼튼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철학이 담긴 완벽한 제품을 창조해내야 한다. 2003년은 국내 완구산업이 정체된 시간이었다. 극심한 소비시장 위축으로 시장규모는 6,000억원으로 2002년의 7,000억원보다 14% 줄어들었다. 수출과 수입도 각각 12%, 15%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내수경제의 위축이라는 거시적인 명제하에 포켓몬ㆍ디지몬의 뒤를 잇는 대형 TV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부재와 브랜드 제품의 매출약화 등으로 관련 업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였음을 반증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국내 완구업계는 99년 `포켓몬스터`라는 걸출한 캐릭터에 의해 재편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켓몬스터의 출현 이후 아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진 캐릭터 붐은 단지 완구뿐만 아니라 의류ㆍ신발에서 심지어 빵과 과자 등에 이르기까지 캐릭터 상품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계기가 됐다. 이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하나의 테마를 이룬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TV 캐릭터에 편중된 매출기반은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약점을 갖고 있다. 무분별한 캐릭터 라이센싱과 과다한 재고 부담 등은 아직 성숙한 기반을 갖추지 못한 국내 완구업계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없었다. 캐릭터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단기간에 그쳐, 폭발력 있는 캐릭터 완구제품도 인기수명이 1년에 불과한 것은 국내 완구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다. 이런 단기적인 라이프사이클과 완구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일시적인 구매패턴은 곧 연중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 등에만 편중된 매출을 초래해 완구산업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과 연구개발에의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시장현실에 부합하는 업체들간의 과다경쟁 및 단기 이익추구 역시 한국 완구산업의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선진국을 보면 세계 최고의 매출을 자랑하는 완구전문 매장 `토이스러스(Toys RUs)`에는 바비ㆍ핫휠ㆍ디즈니 등 수십년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브랜드 제품의 구성비가 70% 이상을 차지하곤 한다. 일본 도쿄 뒷골목의 아주 조그만 완구가게에도 3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호빵맨ㆍ아톰 등의 캐릭터ㆍ브랜드 완구가 항상 같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시장환경과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 국내 완구산업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완구산업이 갖고 있는 놀라운 잠재력을 미리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완구가 단지 일시적인 장난감에 불과하지 않다는 소비자 인식의 전환, 그리고 장기적인 브랜드 제품의 라인업 구축을 통한 꾸준한 매출 창출과 경쟁력 있는 제품기획ㆍ마케팅을 통한 소비자 신뢰의 구축, 거기에다 완구산업이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갖춘 문화ㆍ콘텐츠산업의 핵심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정부 지원 및 관계법령의 개선 등이 점차적으로 이뤄진다면 완구산업은 그 어느 산업 분야보다 밝은 미래를 갖고 있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완구 중 한두 가지의 이름은 가슴속에 남는다. 그 완구들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많은 꿈과 사랑의 의미였는지를 기억해낸다면, 완구는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인생의 가르침이자 어린 시절의 친구임을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노영대 지나월드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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