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간통죄 위헌 결정] 형사처벌 대신 돈으로?… "위자료 대폭 올려야" 목소리

■ 이혼소송 영향은

"소송 남발 우려… 책임 무겁게"

'축출혼' 방지대책 필요 지적도

2008년 이후 기소 3000여명 공소취소·재심청구로 구제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간통죄를 저지른 배우자에게 이혼소송 등 가사소송에서 책임을 무겁게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죄)인 간통죄의 특성상 간통을 저지른 배우자가 형사처벌이 무서워 이혼소송을 함부로 낼 수 없었지만 형사처벌이 면제되면서 앞으로는 성격차이 등으로 인한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부담 없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이혼소송 과정에서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 책정액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간통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서는 위자료를 대폭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이혼소송에서 배우자는 위자료와 재산분할 등의 방법을 통해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위자료의 경우 구체적 규정이 없어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정해지고 재산분할은 엄격하게 재산 기여도에 따라 분배된다. 한 가사전문 변호사는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간통을 저지를 배우자의 이혼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해서는 위자료를 대폭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자와 이혼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산을 모두 은닉한 채 이혼하는 '축출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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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아직까지 여성의 대부분이 경제적 약자이므로 간통을 저지른 배우자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이혼을 당하는 일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원이 증거조사 등을 더욱 강화해 은닉된 재산을 찾아내고 은닉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더 많은 재산을 내놓게 재판 실무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간통죄 폐지로 가사소송의 증거조사 절차 등도 다소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간통죄가 있을 경우 수사기관에서 부정한 행위의 증거를 수집해 법원에 넘겼지만 이제는 이혼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증거를 직접 모을 수밖에 없게 되면서 앞으로 가사소송의 증거조사 절차가 좀 더 길어지고 집중적으로 심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혼소송에서는 간통 등 부정행위를 좀 더 쉽게 인정하고 있는 만큼 법원의 증거절차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모텔에서 나오는 장면을 촬영한 것만으로는 간통죄 처벌을 받기 어렵지만 이혼소송에서는 이 정도 증거만으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정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는 "현재 법원에서 이혼소송을 진행할 때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형사사건처럼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 아닌 만큼 간통죄 폐지로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 위헌 결정이 나오면서 간통죄로 사법 처리된 이들 중 5,000여명이 공소취소나 재심청구 등을 통해 구제 받을 수 있게 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합헌 결정이 나온 2008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간통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총 5,466명으로 이 중 22명(0.4%)이 구속 기소됐다. 이에 따라 2008년 11월1일 이후 간통혐의로 기소된 5,466명 가운데 형이 확정된 이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간통혐의로 수감됐거나 실형이 확정된 경우 구금일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일 경우에는 무죄 판결이 내려지며 간통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경우라면 처벌규정이 없어지면서 불기소 처분을 받게 된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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