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4/노조,강경임투 대신 고용안정 추구(경제를 살리자)

◎영향력 갈수록 약화… 회사 경쟁력향상 동참 추세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양휴양지인 힐튼헤드섬의 멜로즈 클럽에서는 3년 전 운전기사, 청소부, 요리사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2년 후 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임금을 13%나 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올 연초 노조원 1백65명 중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었다.  주인이 바뀌자 경영수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인력을 대폭 줄였고 노조는 오너와의 싸움에서 백기를 들고 만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남부지역은 노조에 대한 혐오감이 대단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노조 가입률이 2.3%에 지나지 않는다. 노조를 만들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노조가 강한 중·동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멜로즈 클럽 노조는 이런 조류를 거스르다 좌초한 케이스 중 하나일 뿐이다.  미국 경제가 80년대의 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은 어느 면에서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기업주들은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지 않으면 더 많은 복지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바람에 근로자들 사이에도 노조를 하는 것보다 회사에 협조하는 것이 일자리를 오래 유지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노동계에 투쟁의 논리가 사라진 지 오래고 노조의 존립 자체가 중요한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노동운동조직인 AFL­CIO(미국노동총동맹­산별회의)의 조직률은 지난 50년대 35%에서 75년에는 20.7%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14.5%에 그쳤다. 90년대 들어 호황이 지속되면서 해마다 2백만명씩 일자리가 늘었지만 노조 가입자수는 매년 10만명씩 줄고 있다. 노동쟁의 발생건수(참가인원 1천명 이상)도 75년 2백35건, 80년 1백87건에서 90년 40건, 95년 35건으로 현저히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AFL­CIO 동계대회에서 존 스위니 위원장은 노동운동의 국면전환을 선언했다. 집행예산의 45%를 쏟아부어 노조원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게 그 골자다. AFL­CIO 간부들이 노동자의 정치운동과 임금투쟁을 지도하며 으리으리한 사무실서 귀족처럼 지내던 시절은 전설 속으로 묻혀버렸다.  노조의 투쟁목표도 달라졌다. 한때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던 미자동차노련(UAW)은 임금인상보다 직업안정을 요구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9월 UAW는 포드자동차와의 협상에서 조립공장과 부품공장 근로자간의 임금 차별지급을 양보하고 그 대가로 회사측에서는 더이상 과격한 인원정리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따냈다. 노조가 근로자의 임금차별을 인정한다는 것은 생산성이 낮은 부품공장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조로서는 값싼 외국산 부품의 발주를 막아 정리해고의 폭을 줄이는 타협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기존의 파이를 나눠 먹는게 아니라 나눠 먹을 파이를 키우는데 노조가 협력하겠다.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근로자의 임금인상이 동시에 추구되는 방향으로 노동운동을 전환하겠다.』 지난해 뉴욕의 한 경영자연찬회에서 스위니 AFL­CIO위원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미국노조의 인식전환을 단적으로 드러낸 발언이 아닐 수 없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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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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