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카지노 죄악세


정부 규제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설명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경제이론이 외부 효과다. 특정 경제주체의 행위가 뜻하지 않게 다른 경제주체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침에도 그 대가를 치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뜻밖의 손실을 가져다 주면 외부불경제라고 한다. 반대의 경우가 외부경제다. 환경오염은 외부불경제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다. 외부불경제를 적절히 제어해야 하는 이유는 예기치 않은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과잉 공급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도 불가피하다.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수단은 다양하다.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인허가 제도 같은 진입장벽을 칠 수도 있다. 환경오염부담금 같은 준조세를 부과하는 방법도 동원된다. 이른바 '피구 조세(Pigouvian tax)'다. 후생경제학의 기초를 닦은 영국 경제학자 아서 C. 피구의 이름에서 연유한 용어다. 담뱃세와 주세 같은 죄악세도 피구 조세로 설명된다. 도박산업에 붙은 세금도 죄악세의 일종이다. 죄악세의 기원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황 레오 10세가 매춘업을 양성화하면서 창녀에게 세금을 징수한 게 효시다. 그가 외부경제 효과에 정통해서 과세한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자신의 향락과 사치를 위해 특단의 재원조달 수단이 필요했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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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논란이 가라앉더니 이번엔 카지노 레저세가 말썽이다. 안전행정부와 강원도가 카지노 매출의 10%를 레저세로 떼내는 방안을 추진하자 정선과 태백 등 폐광지역 7개 자치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과세 명분은 지방재정 확충과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지원. 하지만 카지노에 레저세가 부과되면 강원랜드 수익금이 감소하고 결국 폐광지역 지원금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강원랜드 순이익의 25%를 지원받는 폐광지역의 반발은 무리가 아니다.

△당국의 과세방안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이런 식이라면 과세하지 못할 게 없다. 전형적인 조세편의주의이자 부처이기주의의 극치다. 카지노 레저세가 아니라 죄악세다. 레저세가 부과되는 경마와 경정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내국인 도박판을 까는 악행도 모자라 세금까지 짜내겠다는 발상이 참으로 고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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