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빅데이터 시대 통찰력 키워라

■ 벌거벗은 통계학/ 찰스 윌런 지음, 책읽는 수요일 펴냄


"통계로 거짓말하기는 쉬워도, 통계 없이 진실을 말하기는 어렵다." 저자가 '벌거벗은 통계학' 서문에서 밝힌 말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통계, 하지만 거짓말을 판별해 내고 진실을 지키려면 전문 통계학자가 아니더라도 통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저자가 예로 든 것은 다음과 같은 가상의 뉴스다. 인터넷에 '근무 중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들은 암에 걸려 사망할 위험이 훨씬 높다' 는 기사가 있다. 3,600명의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어느 조사에 따르면 근무 도중 정기적으로 10분씩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고 응답한 직장인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보다 향후 5년간 암에 걸릴 확률이 4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이쿠, 이제 쉬는 시간을 없애야겠군.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자. 직장인이 무엇을 하며 10분간의 휴식을 보낼까. 대부분은 건물입구에 모여 담배를 피울 가능성이 크다. 즉 암을 유발하는 원인은 잠깐의 휴식이 아니라 흡연인 셈이다. 이와 같은 엉터리 통계분석이 우리 주위에는 많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 뛰어난 야구 선수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세계 여러 국가의 소득분배를 비교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흡연이라고 단정 짓는 이유는 무엇인가. 99달러짜리 프린터를 사면서 보증기간 연장보험을 함께 신청해야 할까. 보험회사는 왜 소비자들의 도난ㆍ파손 등의 위험을 떠안는 결정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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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사회과학적 분석수단이다. 저자는 수많은 양의 정보가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관련이 있어 보이더라도 우연히 연관성이 생겼을 수도 있으니 성급히 결론을 내는 데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빅테이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통찰력을 키우려면 명백한 데이터일지라도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계는 고성능 무기와 같아서 올바로 이용되면 유익하지만 잘못 쓰이면 치명적인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이 책으로 독자가 통계전문가는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통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신중하게 접근함으로써 남에게 해를 입히거나 스스로가 손해를 보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숫자로 표현해 내는 통계의 강력함, 해석의 오류나 의도적인 조작을 검증하는 방법들, 과학적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통제실험과 통계적 추론 등 합리적 의사결정의 위한 통계의 모든 것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1만8,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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