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15일] '옥션사태' 보안강화 계기로

법원이 결국 옥션의 손을 들어줬다. 개인정보 유출이 내부 임직원의 과실이 아닌 해킹에 따른 것이었던 만큼 옥션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옥션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판결이었다. 그럼 다른 온라인 쇼핑몰 업체의 반응은 어땠을까. 취재 결과 딱 두 부류로 나눠졌다. 먼저 한 부류는 아예 입을 '봉했다'. 이런저런 말을 해봐야 오해만 살 것이니만큼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이번 판결이 '잘됐다'고 하면 잠재고객인 원고 측 심기를 건드릴 수 있고 판결에 문제를 제기하면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도리가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다른 부류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의외'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해킹을 당한 업체가 신고만 하면 모든 책임을 면죄받게 된 셈"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보안 투자의 경각심을 일깨우기는커녕 보안투자의 유인 자체를 없애는 '편파적' 판결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옥션에 도의적 책임을 묻는 측면에서라도 적어도 1인당 수만원 정도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올 줄 알았다"며 "법원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옥션 친화적인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사이트의 경우 보안 시스템에 보다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정상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관계자는 "은행이 해킹당한 사례가 있느냐"며 "법원이 옥션의 주장을 인정함으로써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옥션 사례의 가치는 희석되게 됐다"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판결이 옥션에 면죄부를 부여한 것으로 오인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만약 옥션이 최첨단 해킹 기술을 핑계로 관리 소홀의 잘못을 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회사로서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옥션은 보안에 더욱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또 내심 옥션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심정으로 '즐긴' 다른 업체들도 긴장할 필요가 있다. '보안은 완벽하다'고 과신하는 순간 제2의 옥션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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