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갑작스런 남북 정상회담 소식이 발표됐다. 기자들은 일제히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와 그 파급효과에 대해 분주히 파악하기 시작했다. 건설ㆍ부동산을 담당하는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북한 소식이 나올 때처럼 대북관련 사업을 하거나 준비중인 건설업체의 현재 모습을 파악하고 접경지역 부동산 시장의 미래도 예측했다.
이 때가 기회다 싶어 한몫 잡겠다는 투기세력도 판을 치기 시작했다. 대북관련 화해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들썩인 고양ㆍ파주ㆍ문산ㆍ연천 일대에는 투자할 땅이 있냐는 문의도 부쩍 늘었다. 부동산 정보업체도 일제히 접경지 인근을 투자 유망지역으로 지목하며 이를 부추겼다.
기획부동산을 비롯한 토지 분양 업체의 대응도 발빠르게 이어졌다. 가뜩이나 토지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어 그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정상회담을 반겼다. 한 업체는 ‘제2차 정상회담 평양개최 확정, 접경지역 개발 확대 기대’라는 제목에 ‘철원ㆍ파주ㆍ고성에 귀추가 주목된다’는 문구로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기자가 투자자를 가장해 한 업체에 전화를 걸자 지금 당장 투자하면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답변부터 돌아왔다. 상담자는 7년 전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확실하다며 ‘지금이 마지막 찬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미 몇 명은 계약을 마쳤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유동자금이 넘치는 시기에 갈 곳을 잃은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수 있지만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는 있지만 단기간에 주변 지역이 개발될 수는 없다. 개발 계획이 발표되더라도 현실화되기까지는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고 해당 토지가 수용되더라도 큰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와 이를 악용하는 업자가 있는 한 당분간 이런 움직임은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파주시에서 2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했다는 한 노인은 뼈 있는 말을 내뱉었다. “북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 일대가 시끌시끌했지만 돈 벌었다는 사람은 못 봤어. 잘 생각해봐. 만약 그랬다면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