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엔저 연말시장 복병되나

운송장비업종 2.87% 내려 상반기 비해 영향은 제한적<br>캐리 트레이드 재개 신호 "자금유입 긍정 영향" 분석도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 약세가 연말 한국 증시의 복병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엔저로 국내 증시가 부진했던 상반기와 비교할 때 지금은 경기회복 기대감이 뒷받침돼 있다"며 "엔저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1.42포인트(1.05%) 떨어진 2,009.36포인트로 마감했다. 현대차(-4.21%)와 기아차(-5.20%), 현대모비스(-3.05%) 등 현대차 3인방과 만도(-3.17%) 등 대형 자동차주가 낙폭을 키우면서 운송장비업종지수도 2.87% 급락했다.

이날 자동차주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크게 빠진 데는 엔화의 추가 약세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원·엔 환율은 1.027.4원으로 2008년 9월3일(1,028.91원) 이후 처음으로 1,020원대에 진입했다.

시장에서는 "엔저에 발목 잡혔던 상반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엔저가 국내 증시에 악재임은 분명하지만 상반기처럼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수요 확대에 따른 국내 기업의 판매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뱅가드 이슈 같은 대형 추가 악재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엔저에 따른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시장에서 엔화 약세는 이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날 국내 증시가 크게 빠진 것은 엔화 약세 외에도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가능성, 현대·기아차의 11월 자동차 판매 부진, 미국 소비시즌 판매 부진 등 겹악재로 심리충격이 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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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코스피는 이번주 말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와 배당시즌 등 이벤트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꾸준히 2,050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저 이슈가 시장 전체보다 엔환율에 민감한 자동차·철강 등을 중심으로 타격 강도가 셀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엔저 영향력이 작은 전기전자나 화학·금융주 등을 확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기계·디스플레이 정도가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엔저는 저금리로 조달된 자금으로 다른 국가 유가증권 등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재개'의 신호로서, 한국 증시 자금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가치가 유로화 대비 4년래 최저, 스위스 프랑 대비 23년래 최저를 기록하면서 캐리 조달 통화로서 엔화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엔캐리 트레이드 재개로 글로벌 유동성이 보강되면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불구하고 글로벌 자금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한국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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