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0대 그룹 스포츠 지출, 문체부 체육예산의 절반

육상 등 10개 비인기종목의 협회장 전담…10대 그룹 지원 선수가 올림픽 메달 60% 획득

지난해 국내 10대 그룹이 스포츠부문에 지출한 금액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예산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대 그룹의 지난해 스포츠부문 지출규모를 조사한 결과 4,27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문체부의 지난해 체육예산인 8,403억원의 절반 규모에 해당하는 50.8% 수준이다.

국내 10대 그룹은 비인기종목 선수단 운영에 471억원, 관련협회 지원에 140억원을 각각 사용하고 주요 국제대회 유치와 개최에도 714억원을 후원했다. 비인기종목 육성과 국가 브랜드 제고를 위해 지난 한 해에만 모두 1,325억원을 지출한 셈이다.


특히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대한체육회 가맹종목 58개 가운데 육상, 빙상, 양궁, 체조 등 10개 비인기종목의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10년 기준 10대 그룹이 협회장이 활동중인 스포츠단체에 찬조한 금액은 1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협회 총 수입액 489억원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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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10대 그룹이 협회장을 맡아 지원해온 종목의 선수단과 10대 그룹 운영 선수단 소속 선수들은 금메달 7개와 은메달 7개, 동메달 4개를 획득했다. 우리나라 대표단이 획득한 메달의 60%에 해당하는 숫자다.

아울러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골프, 바둑 등 6대 프로스포츠 종목에서는 10대 그룹이 27개의 프로팀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2,951억원을 지출했다. 문체부가 200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4대(야구, 축구, 농구, 배구) 프로리그 100여개 구단 가운데 80% 이상이 흑자인데 반해 국내 프로구단은 적자 누적으로 대기업의 지원 없이는 독립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의 한 임원은 “입장료 수입은 한정된 반면 매년 구단 운영비는 크게 늘어 적자가 심화되는 실정”이라며 “선수단 운영은 CEO의 사회공헌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1998년부터 FC서울의 구단주를 맡아 직접 경기를 관전하며 남다른 축구사랑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이건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1997년부터 빙상연맹 회장사를 맡아 한국 빙상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대를 이어 양궁협회를 이끌어오며 세계 최강국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2008년 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이래 국내 최초의 핸드볼전용경기장을 설립하고 해체위기에 놓인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을 인수해 재창단하는 등 핸드볼 발전에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비인기종목에 대한 주요 기업들의 지원이 확대되는 추세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이들 기업들의 스포츠 지출이 대부분 마케팅 비용으로 회계 처리돼 그 의미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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