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화가 빈익빈 심화·환경파괴"

"세계화가 빈익빈 심화·환경파괴"프라하 IMF·IBRD총회 시위 확산 지난 68년 봄, 프라하의 시민들은 맨몸으로 소련군의 탱크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웠다. 그 무렵 유럽 좌익사상가들 사이에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주제로 논쟁이 벌어졌고 그 결실이 30년 후 공산주의의 몰락을 가져왔다. 2000년 가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총회가 열리고 있는 프라하는 유럽 각지에서 몰려온 시위대로 또다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총회가 개막된 26일 각국 은행가들은 밤늦게까지 시위대의 포위에 갇혀 있었고 총회장 주변에 호텔을 구한 진념(陳稔) 재정경제부 장관도 일정을 바꿔가며 시위가 진정될 때를 기다려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총회에 참석한 경제인들은 시위대로 인해 한때 체신을 잃기도 했지만 이 운동이 간단한 움직임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히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시위대가 주장하는 「세계화 반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기치는 21세기 사상조류에 새로운 시발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스탠리 피셔 IMF 부총재는 『세계화에 대한 NGO들의 비판을 정책당국자들과 국제기구들이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는 이런 운동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사상조류로 전환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세계화 반대운동의 확산=반(反)자본주의, 반세계화주의 운동의 시초는 지난해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총회였다. 올들어 지난 4월 워싱턴의 IMF 춘계총회, 9월 호주 멜버른의 세계경제포럼(WEF)도 이들 운동가의 타깃이 됐다. 프라하는 그 연장선이고 운동지도부는 내년 5월 캐나다 퀘벡에서 열릴 남북미 경제회의와 내년도 IMF총회를 저지시킨다는 목표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 운동은 아직도 논리정연한 이론이나 지도부를 가지고 있질 않다. 이들은 막연하게나마 세계화가 『가난한자를 더 가난하게 만들고 환경을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론자·여성운동가·무정부주의자·네오 커뮤니스트 심지어는 나치주의자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운동을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의 CNN 방송은 프라하 시위를 신좌익 운동이라고 표현했다. 반세계화 운동가들은 행동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이들은 국제기구 행사를 힘으로 저지하고 전세계에 점포망을 갖고 있는 맥도널드 가게의 유리창을 부숴버렸다. 반세계화 운동이 아직 유아적 단계이지만 점차 조직과 이론을 체계화해나가고 있다. 시위자들은 『지난해 시애틀 시위는 수동적 운동에 불과했고 앞으로는 노동계급의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금융기구의 인식변화=얼마 전까지만 해도 IMF와 WB는 빈곤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경제성장이라고 규정, 각국의 경제성장 정책에 관심을 표명했으나 최근 이런 시각이 바뀌고 있다. 프라하 총회에서 IMF와 WB는 성장전략만으로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 500억달러의 자금을 조성, 극빈국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총회의 중심인사들도 세계화 반대운동의 방식엔 반대하지만 그들의 지적을 일부나마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임스 울펜손 WB 총재는 개막사에서 『전세계 20%의 인구가 80%의 소득을 쥐고 있다면 잘못』이라며 선진국들이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을 주창했다. NGO들의 비난에 직면한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는 광범위한 IMF의 개혁을 약속했다. 바츨라프 하벨 체코 대통령은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것이 만사는 아니다』며 『문명과 자본주의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지난 10년간 세계는 시장지향적 자본주의를 패러다임으로 삼아왔으나 경제성장이 둔화될 경우 세계화된 자본주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영기자INKIM@SED.CO.KR 입력시간 2000/09/27 18:5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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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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