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인상파 명작들
덕수궁미술관 '인상파와 근대미술'전
밀레, 마네, 모네, 드가, 반 고흐 등 우리 귀에 너무 익숙한 서구 미술의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을 서울에서 만난다.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고, 숱한 문학 작품 속에서 엿보았던 걸작들을 지근 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이 자랑하는 작품 70점을 들여와 26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 덕수궁에서 ‘인상파와 근대미술’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인상주의 대표작가인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는 물론 사실주의 작가인 밀레, 쿠르베와 후기인상주의 작가인 고흐, 고갱, 세잔느, 나비파의 보나르 등 19세기 대표적인 회화 35점과 데생 13점을 선보인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맛보는 19세기의 아카데믹한 고풍스런 화풍을 만나는 것은 그 자체가 큰 지적인 조우이다.
특히 밀레의 대표작 ‘이삭줍기’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외유길로 서울을 선택한 것도 특별한 관심사항이다. 프랑스측은 당초 오르세 미술관의 걸작들의 한국 나들이에 부정적이었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가 분단국가인 탓에 전쟁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 그런데 최근 남북화해 무드로 전쟁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작은 비중상 근래 보기 드물 만큰 대작들로 구성돼 있다. 1995년 일본전시 때의 보험산출가로 볼 때 밀레의 ‘이삭줍기’, 모네의 ‘생라자르역’, 세잔느의 ‘바구니가 있는 정물’,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은 700억-800억원에 달했으며 쿠르베의 ‘샘’, 고흐의 ‘몽마르트르의 술집’ 등도 500억-600억원의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은 각기 다른 비행기 3대에 실려 한달 전부터 극비리에 서울로 옮겨졌다. 이중 두대는 화물칸이 아닌 여객기의 특수시설물칸에 작품을 실어 운송에 얼마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나를 짐작케 했다. 오르세 미술관의 부관장은 작품운송 비행기와 함께 한국행 길에 올랐다. 이들 작품이 걸렸던 오르세미술관 자리에는 ‘본작품은 한국전시관계로 내년 3월 중순에 돌아옵니다’는 안내문도 붙여졌다고 한다.
전시작 중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밀레의 ‘이삭줍기’는 ‘만종’과 더불어 밀레의 최고걸작이다. 풍성한 수확이 쌓여있는 여유로운 대지에 허리를 굽혀 이삭을 줍고 있는 농촌의 세 여인을 그리고 있다. 여인들은 부드러운 햇살이 비치는 황금들판 위에 단순하면서도 견고한 형태와 색상으로 부각되어 있다.
이밖에 인상파의 빛과 색채의 근원이 된 코로의 ‘물가의 버드나무’, 좌파적 사실주의 대가인 쿠르베의‘샘’, 인상파의 정신적 지주인 마네의 ‘로슈포르의 탈출’, 상징주의의 근원인 퓌비스 드 샤반느의 ‘해변의 처녀들’, 피사로의 ‘퐁투아즈의 봄’, 우아한 터치의 인상파인 시슬레의 ‘부르시엔느의 설경’, 무대 뒤 새로운 시점을 보여주는 드가의 ‘발레연습’, 광적인 삶과 예술로 유명한 반 고흐의 ‘생 레미의 생폴병원’, 고갱의 ‘부르타뉴 여인들’, 세잔느의 ‘바구니가 있는 정물’등 말만 들어도 미술애호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명편들이 즐비하다.
입장료 일반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 문의 덕수궁미술관 (02)779-5310. 썬키스 엔터테인먼트 (02)501-9760. 단체관람문의 (02)780-4007.
이용웅기자
입력시간 2000/10/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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