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진객 철새들이 전국 곳곳의 서식지로 찾아옴에 따라 이번 주말부터 탐조여행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소란한 도심과 번잡한 일상사에서 한때나마 벗어나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철새들의 겨울나기를 관찰하자.탐조여행은 겨울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떠나면 생생한 자연학습도 겸할수 있고, 비교적 경비도 덜들며, 별다른 준비없이도 훌쩍 떠날 수 있어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경제적인 주말나들이가 될 것이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연중 볼수있는 조류는 약400종. 이 가운데 한곳에서 한평생을 보내는 텃새가 약60종이며, 해마다 만주·시베리아 등지에서 날아와 겨울을 나는 철새는 120종에 이른다고 한다.
오리·도요·멧새·되새·지빠귀류 등 각종 겨울철새의 화려한 군무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대체로 12월초부터 이듬해 2월초까지. 2월말부터 3월중순께면 대부분 철새들이 번식지인 먼 북쪽지역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강이나 저수지, 호수나 바닷가 간척지 등에서 수천수만마리의 철새가 떼지어 먹이를 찾거나 일시에 날아오르는 장관을 구경하기에는 이번주부터가 적기라고 하겠다. 또 하루중 철새의 서식상태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왕성하게 먹이를 찾는등 활동이 가장 활발한 해뜰무렵과 해질무렵.
한편 한국조류보호협회는 6일부터 내년 3월7일까지 8차에 걸쳐 겨울철새모이주기와 탐조행사일정을 마련했다.
탐조여행에 필요한 준비물과 주의사항, 전국의 주요 철새서식지를 소개한다.
복장및 준비물= 추위에 대비하여 방한복·방한모·방한화·장갑및 두툼한 양말은 필수적이다. 따끈한 물이나 차를 보온병에 담아가는 것도 바람직하고,옥수수·밀 같은 철새들의 먹이를 가져가는 것도 좋다.
또 철새들의 서식상태나 비상장면을 보다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해 망원경·카메라·노트·조류도감등을 가지고 가는 것도 유용하다.
주의사항= 지나치게 화려한 옷색깔이나 짙은 화장은 철새들의 예민한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기 쉬우므로 삼가야한다. 또 철새보호를 위해 밀렵꾼들을 보거나 그들이 설치한 올가미·함정·독극물등을 발견하면 바로 신고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주요 철새서식지 ◇한강 밤섬= 서울시내 마포와 여의도 사이의 밤섬은 원앙이·쇠부엉이·칡부엉이·흰꼬리수리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조가 많이 서식한다. 특히 여름철새인 해오라기 70여마리가 월동하고, 겨울철새인 청둥오리 무리는 여름에도 시베리아로 돌아가지 않고 번식, 조류학자들의 주목을 받는 곳이다. 서울시 한강관리사업소는 지난1일 여의도 순복음교회앞 한강시민공원 철새조망대에 40배율의 망원경 6대를 설치, 내년 2월28일까지 밤섬의 철새들을 무료로 관찰토록 했다.
◇강화도·불음도= 역사의 섬 강화에는 참성단·고려궁터·전등사·갑곶진·덕진진·초지진같은 사적이 많고, 잘닦인 포장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곳곳에서 수십마리씩 떼지어 지저귀며 서식하는 노랑지빠귀·홍여새·황여새등 철새를 만날수 있다. 특히 화도면 간척지 갯벌에서는 쇠기러기·큰기러기·두루미등이 서식하며, 불음도로 건너가면 영뜰갯벌에서 노랑지빠귀·홍여새·황여새·쇠기러기·큰기러기·저어새·노랑부리백로·도요새·검은머리떼새등 다양한 철새를 관찰할수 있다. 이가운데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는 국제조류협회가 지정한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조이다.
◇여주 신접리= 명찰 신륵사와 세종대왕의 영릉으로 유명한 여주군 북내면 신접리일대는 본래 여름철새서식지로 잘알려진 곳이지만 근래에는 우리나라를 찾는 황새목 백로과 4종중 유일한 겨울철새인 대백로의 서식지로도 밝혀져 찾는이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대백로는 우수리강과 아무르강 연안 초습지에서 번식하다가 우리나라에 겨울을 나러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원 샘통= 철원군 외촌리 철원역과 월정역 중간지점인 철원읍 내포리일대 철원평야와, 옛경원선 월원역에서 월정역 사이 구릉지대인 천통리- 샘통은 민통선북방에 위치한 겨울철새들의 낙원이다. 이곳에는 부들·줄풀·달여뀌·갈대·산부추등 잡초들이 무성해 철새들의 먹이가 많고, 한겨울에도 얼지않는 샘통이 있어 두루미·재두루미·큰기러기·쇠기러기등 수많은 철새들의 해마다 찾아온다. 평강군 북방산에서 발원하여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한탄강과 토교지의 풍부한 수자원도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꾸미는데 좋은 환경여건을 이뤄 73년에 천연기념물 245호 철새도래지로 지정, 관리돼오고 있다.
◇대호방조제=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와 서산시 대산읍 삼길포리에 걸친 대호방조제는 84년 11월 준공이후 겨울철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해 이제는 이름난 철새서식지가 되었다. 특히 대호방조제 중간지점인 초락도와 도비도일대는 청둥오리를 비롯한 오리류가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현재 농어촌휴양지로 개발중에 있어 관광휴양지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강릉 경포호·속초 청초호= 동해안은 해안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울 뿐아니라 철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특히 강릉 경포호와 속초 청초호·영랑호등이 대표적이다. 경포호에서 겨울을 나는 청둥오리·고니등은 드넓은 갈대밭과 어우러져 한폭의 운치높은 한국화를 보는듯하다. 청초호와 이어지는 속초시 양다리밑 큰개천은 봄·가을에 도요새·물떼새를, 추석이후부터는 좀도요·뒷부리도요·마도요·알락꼬리마도요등을, 11월이후에는 개꿩·꼬마물떼새·댕기물떼새·괭이갈메기·재갈메기·붉은부리갈메기등을 매우 가까이서 관찰할수 있다.
◇금강하구=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 금강하구는 90년부터 해마다 1만여마리의 철새가 날아오다가 95년에는 무려 2만여마리의 철새가 날아와 손꼽히는 철새도래지로 자리잡게됐다. 이곳에 날아와 겨울을 나는 철새는 청둥오리·혹부리오리·가창오리·기러기·재갈메기·검은머리갈메기등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검은머리갈메기는 세계적으로 3,000마리 미만이 남은 것으로 알려진 희귀조이다.
◇순천만 갈대밭= 여천반도와 고흥반도 사이, 순천시 대대동의 순천만 갈대밭은 최근들어 철새도래지로 발돋움한 곳이다. 국제보호조류겸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황새등 140여종이 이곳 수백만평의 갈대밭 일대에서 겨울을 난다. 또 호주에서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도요새들의 중간기착지로도 알려졌으며, 검은머리갈메기·청둥오리·쇠오리·혹부리오리·저어새·큰고니·장다리물떼새등도 서식한다.
◇서산 천수만= 서산간척지가 조성된 이후 해마다 겨울이면 수백만마리의 철새가 날아들어 국내최대규모의 세계적 철새도래지로 각광받게 되었다. 특히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와 창리 일대 870여만평의 광활한 호수에 수많은 철새가 비상하는 광경은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 가운데는 황새·논병아리·흰죽지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흑두루미·노랑부리저어새등 국제적인 보호조가 많다.
◇주남지= 창원군 동명면과 대산면의 산남·용산·동판지를 아우른 180만평의 주남지는 서산 천수만이 각광받기 전까지 국내최대 철새서식지로 탐조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다. 10월초부터 철새가 날아오기 시작해 12월말에 10여만마리로 절정을 이룬뒤 이듬해 3월초에는 대부분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이곳 철새들의 주류는 가창오리·청둥오리·큰기러기·쇠기러기·넓적부리오리등이다. 특히 가창오리 수컷의 머리에는 태극무늬가 선명해 태극오리라고도 부른다. 또 세계적 희귀조인 고니·저어새·원앙·흰꼬리수리·참수리·재두루미등도 찾아온다.
문의전화= 한국조류보호협회(02-749-4747, 797-4765~ 5)·대한조류협회(02-992-6165) 【황원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