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시 '칼날단속' 노점상 전전긍긍

서울시 '칼날단속' 노점상 전전긍긍「서울시내에서 번화가 1번지로 손꼽히는 강남역 주변.」 밤이 되자 술집들의 화려한 네온사인들 한켠으로 포장마차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는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실직한 후 이곳에서 3년째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허모(35·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씨는 최근 들어 자꾸만 주위를 살피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구청직원이 민간단속요원들을 대동하고 언제 들이닥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각 구청들이 다음달 26개국 정상 등 3,000여명이 참가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앞두고 노점상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과 대책도 없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보여주기식 일회성 단속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게다가 구청들은 단속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용역업체와 2억~3억원씩 돈을 주고 계약(1년)을 맺는 등 단속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허씨는 『불과 2년 전 생계형 포장마차는 허용한다며 단속을 하지 않더니 이제와 국제대회에 이미지가 안좋다며 쫓아내려한다』며 『가진 사람들한테 IMF는 옛날 일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안그렇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에는 포장마차 1,800개·보따리상 1,358개·좌판 7,323개·차량이용 1,892개·손수레 6,920개 등 노점상이 모두 1만8,000여곳에 이른다고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잠정수치로 실제 수치는 더욱 많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는 지난 97년 약 1만3,000개이던 것에 비하면 약 5,000개 정도 늘어난 상태로 해고와 일용직 증가라는 국내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반증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한 관계자는 『시내의 노점상은 모두 무허가로써 불법이다』며 『IMF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노점상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해 앞으로 철거를 둘러싼 마찰이 예상된다. 시는 이를 위해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과 한국도시연구소에 노점상관리방안에 대한 중장기대책 연구용역을 내년 6월까지 의뢰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금의 노점상단속은 시 차원에서 아무런 대책 없는 내쫓기식의 성급한 단속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인옥 한국도시연구소 지리학 박사는 『노점상의 정확한 실태 파악이 없는 마구잡이식 단속은 곤란하다』며 『노점상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거친후에 정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9/15 17:23 ◀ 이전화면

관련기사



한영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